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욱재 춘천부시장에 대한 검찰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검은 거래 혐의는 왜 공무원들이 시민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개발과 공사를 강행하려는지 속셈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앞으로는 5천만원을 들여 마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붙이고 시위를 한 것처럼 꾸미고, 뒤로는 양복과 양주 등의 뇌물을 받아 챙기기 일쑤니 개발이나 공사가 춘천이나 강원도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시민들의 시위를 조직해 없는 여론을 있는 것처럼 만드는 일 자체가 이미 공무원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다. 그 일이 시민들의 입장에서 평가할 때 정말 옳고 좋은 일이라면 시민을 설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도 시민을 충분히 설득할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론 조작을 할 수 밖에 없었을 만큼 아주 많이 자신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레고랜드 사업이 시민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과 그 주변 몇몇 사람들의 입장에서만 이익이 되는 일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사실은 이욱재 춘천부시장의 검찰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LLP라는 회사의 대표 임모 씨의 정체와 활동내용이다. 검찰 기록 속에는 기소된 이 부시장의 부인에게 임모 씨가 여러 가지 뇌물을 제공한 내용이 나온다. 이 부시장도 모자라 그 부인에게까지 접근해 뇌물을 제공하면서까지 일을 추진하려 했다면 이 사업을 추진하는 현장의 주체는 필시 시민들을 설득할 자신감을 애초부터 전혀 가지지 못했다고 봐야 마땅하다.

더구나 임모 씨는 사기, 변호사법 위반, 횡령 등의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 사람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투자금은 없이 사업초기부터 깊숙이 레고랜드 사업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이 사업이 시민의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검증된 사업이라기보다는 개발 브로커의 자기 배 채우기를 위해 시작된 사업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춘천시와 강원도는 지금 시민의 저항에 부딪히는 많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춘천에서는 레고랜드를 비롯해 캠프페이지가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강원도도 설악산 정상에 호텔을 짓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와 관련한 비리가 없었다면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 진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실패한 개발’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있다. 춘천시 주변을 포함해 강원도 내 전역에 걸쳐 귀중한 삼림과 삶의 터전을 파 헤쳐 놓은 골프장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춘천시민, 강원도민, 그리고 골프장 사업자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한 채 대부분의 골프장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춘천시에는 사람이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좁은, 세상에서 가장 비인도적인 인도가 차도 옆에서 아직도 시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정말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위한 개발과 공사를 하려고 온 관심을 쏟고 있다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버젓이 방치되고 있다.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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