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시민참여의 법·제도적 시작은 1980년대 제2차 국토건설종합개발계획 과정에서 도시계획법 상 공람과 공청회 개최 및 의견서 제출 등이 포함되면서부터라 그리 길지 않다. 현재 공람·공청회 관련 법률은 총 113개로 행정절차법 등의 절차법은 물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람·공고를 제외하고 공청회, 설명회는 현 법률상 행정청의 재량과 관련돼 의무절차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정책과 사업추진과정에서 의견수렴의 대표적 절차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행정청의 설명회 개최가 의무화 되어 있고, 공청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민요구에 의해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과거 행정청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 상의 설명회 개최 시 사업설명회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 찬반충돌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설명회·공청회의 생략을 규정하고 있는데, 2회 이상 개최하지 못했거나 개최됐더라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을 때는 이를 허용하고 있어 주민의견수렴의 일방향성을 둘러싼 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국내 법제도 상 일반적으로 14일 정도의 통지기간을 두고 있으며, 수렴된 의견은 행정청이 판단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설명회 등의 개최는 대부분 사업과 관련된 전문가 혹은 행정주체가 운영하고 있어 참여자들은 공정성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경청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어느 정도 진척된 사항을 한정된 시간을 통해 공개하기 때문에 참여자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개최시간도 행정 편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주민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개발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그 정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일부 투기세력의 선점효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최근 제주 제2공항 발표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정부는 2007년 관련 공람공고기간 및 의견제출 기간의 연장, 공람공고등록제 등을 그 해결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변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에 행정절차법 상 시민참여방안의 신설은 의의가 있다고 본다. “행정청이 행정과정에 국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그 방법과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사회변화를 반영하듯 전자적 정책토론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2회 이상 반복 토론과 관련 내용의 정보통신망 공개, 그 패널 구성방법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참여자의 선정이나 과정, 참여나 운영방법 등이 구체적이지 못해 앞으로 현실적용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앞서 제기했듯이 각 지자체의 조례를 통해 이러한 시민참여절차나 방법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한 방편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시민참여의 개설, 국내외 사례, 관련법상 문제점과 대안 등을 살펴보았다. 춘천 캠프페이지 이슈로 촉발된 시민사회의 참여요구를 계기로 쓰게 된 이 글들이 춘천시는 물론 시민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현안 해결과 협치 노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조성배 (공생기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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