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란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가끔씩 약사와 약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가진 상식 간의 괴리가 심하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들이 있다.

몇 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일반약을 사가지고 간 환자가 사용할 일이 없어졌다며 약의 반품을 요구했다. 일단 판매된 약은 유효성의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반품이 안 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그 손님이 한 마디 덧붙인다.

“아유, 더운 차안에 약을 그냥 놓아두었더니 약병이 아주 뜨끈뜨끈해졌네. 바꿔줄 거죠? 뜯은 것도 아닌데요?”

의약품의 보관법 중 30도가 넘는 뜨끈뜨끈한 곳에 두는 경우는 없다.

즉, 올바른 보관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는 약이 분해되거나 변질될 위험이 있으며, 이로 인해서 경우에 따라 환자의 건강에 위험을 끼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 환자가 산 약이 어떠한 환경에 노출돼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반품을 받았다가 다른 환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것은, 대부분의 약사들이 적극 기피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한 번 판매한 약을 환불하지 않아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반품 받은 약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다. 물론 반품 받은 약들은 폐기함에 보관, 전문 폐기업체에 위탁 처리한다.

의약품의 반품은 누군가에겐 편리함과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겐 위험성이나 경제적 손해를 끼친다.

약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소민 시민기자(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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