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르는 물은 버려야한다.
장마에 잠기고
태풍에 쓰러지기 전에.
다시 차고 버리는 사이에
어린모는 자라서 뿌리가 단단해지고
씨알은 굵어진다.
사람들이 이곳에 볍씨를 뿌리면서부터
지켜보던 버드나무가 있었다.
낭창낭창 바람과 노닐며
새들과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석양이 지고
사람들이 돌아가고 혼자 남아도
이 들녘에서 머리를 풀고 누웠다.
하늘 푸르고 높아져
보드랍던 논바닥이
마르고 갈라져 속을 다 드러낼 제
함께 잎을 지우며
겨울을 기다려주는 나무가 있었다.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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