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강성곤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이 2003년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7박8일 동안 북한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북한기행문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13년 전에 비하면 하늘과 땅처럼 변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북녘 땅 역시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라는 사실이다. <편집자>

 

 

 

 

활주로 옆 코스모스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평양시민들.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심양에서 북한 고려항공 비행기로 갈아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직접 가는 길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4시(한국시각) 심양을 출발해 한 시간 후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평양국제공항은 조용했다. 일행이 우리 밖에 없는 듯했다. 세관검사는 생각보다 간소했다. 서울에서 듣기로는 엄청 무시무시했는데…. 초청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대우가 판이하게 다르고, 아마도 남북화해가 무르익은 시점이어서 관계가 많이 좋아진 듯했다.

공항 내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며 기웃기웃하다가 짐을 전세기에 직접 옮겨 싣고, 오후 6시 삼지연공항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 17명과 심양에서 합류한 중국인 4명, 그밖에 한두 명 있을 뿐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좌석이 56개니까 60인승 정도 되는가 보다.

평양 상공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북한의 들녘과 호수, 강줄기, 뭉게구름은 맑고 평화로웠다. 밭에는 비둘기 떼가 모이를 쪼고, 농부들은 한참 벼를 수확하고 있었다. 비행기 활주로를 따라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었고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 왔다. 옥수수 밭과 콩이 활주로를 따라 늘어져있고, 그 곁으로 강물이 흐른다.

구름 위에 앉은 기분이 이런가? 우리는 하늘에 떠 있고 구름이 흐르는 것 같다. 기대 반, 우려 반이던 마음을 다스린다. 흥분을 가라앉힌다. 귓가에 스튜어디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귀빈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청량음료를 제공해 주고, 조금 후에 껌, 과자를 가져와 준다. 해바라기 문양이 있는 과자봉지, 껌을 뱉고 과자를 먹는다. 과자 맛이 우리네 건빵 맛이다. 그래도 맛있다. 구름이 햇빛을 받아 노을이 빨갛다.

“손님 여러분, 우리비행기는 20분 후에 삼지연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안전을 위하여 걸상 띠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온도는 9도, 날씨는 맑습니다.”

평양에서 삼지연까지 오는 동안 불빛을 볼 수 없었다. 가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어 장작을 때는 불빛인가 하고 자세히 보려 하면, 어느새 지나간다. 그나마도 한 마을에 하나 정도 보일 뿐이다. 비행기가 급강하한다. 구름 아래로 나왔다. 산을 개간한 듯 넓은 밭이 보인다. 바둑판같은 논과 밭이 나타난다. 여기저기 모두 집단농장인가? 강줄기가 굽이굽이 보인다. 저 멀리 높다란 산이 보인다. 저것이 백두산인가? 어둠 속에서도 나무들이 보인다.

6시 55분 ‘덜커덕 두둑’ 하면서 삼지연공항에 도착한다. 예쁜 아가씨가 ‘즐거운 시간 보내고 또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한다.

해발 1천700m 고지대다. 도착한 지 채 20분도 안 돼 우리는 지정된 승용차와 버스를 나눠 타고 호텔로 향했다. 30분쯤 후 베개봉호텔이 나타났다. 공항에서 직선거리로 4Km 정도 된단다. 첫 날 밤을 우리는 북한 측 인사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데면데면한 인사를 나눴다. 11시쯤 자그마한 침대에 누워 삼지연 밤하늘의 노을을 보면서 피곤한 하루를 뉘었다. 2003. 9. 20(토)

강성곤(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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