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3일, 영국 국민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를 희망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형성된 반이민 정서로 촉발된 민족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EU 멤버십으로 인한 재정적 불이익 또는 경제적 불만이다. 나머지 하나는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사람들 중 소수가 내세운 이슈인데, 이는 현 EU의 전반적 정책과 구조에 대한 반감과 그에 따른 개혁 요구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재, 많은 영국인들이 그들 스스로의 투표 결과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들 중에는 ‘속아서’ 투표했다는 사람도 있고, ‘착각했다’는 사람도 있다. 국민투표를 ‘물리자’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브렉시트가 몰고 올 엄청난 파장, 특히 영국 경제와 국민 개개인, 그들 스스로의 삶에 미칠 너무나 엄청날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사실 브렉시트가 몰고 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파장은 예상하기 힘들다. 어느 정도의 파괴력으로, 얼마동안 그 파장들이 이어질지, 그리고 그 범위 또한 예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확실해 보이는 것은 브렉시트가 영국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정치적 파장의 일부는 이미 영국 내에서 시작됐다. 집권당인 보수당이 분열되면서 차기 총리 선출 자체가 쉽지 않다. 야당인 노동당도 리더십 문제에 빠져있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정치적 파장의 핵심 이슈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영국의 붕괴 가능성이다. 스코틀랜드는 EU 잔류를 위해 UK에서 독립해 나갈 모양새고, 북아일랜드도 EU 멤버국인 아일랜드와 재결합을 추진할 기세다. EU에서는 나머지 27개국의 멤버십 다지기에 애를 쓰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EU 탈퇴절차를 빠르게 진행시키라고 영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 모든 정치적 파장은 영국과 EU의 경제와 밀접히 연결돼 있기도 하다.

특히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일으킬 파장은 6월 24일 아침부터 금융시장에서 가시화됐다. 런던 증권시장과 영국 파운드가 동시에 각각 10퍼센트 포인트 안팎으로 폭락한 것이다. 거시경제적 파장은 앞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5~20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다수의 주요 경제·금융 연구기관들은 영국의 국제교역과 영국민들의 구매력이 함께 줄어들고, 국내 총생산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또한 실업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예상을 뒷받침하는 핵심이슈들의 중심에는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인 런던의 쇠퇴 가능성이 있다. EU의 경제규모와 경제력에 맞물려 돌아가는 금융거래의 대부분이 런던을 통해, 또는 런던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영국이 EU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런던은 세계금융의 중심일 수 있었고, 영국 파운드가 세계 4대 화폐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런던과 파운드는 그 자리를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될 확률이 높다. 브렉시트가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이강석 (경제학박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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