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상으로 우리 민족이 향을 사용한 시기는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온 서기 372년 이후다. 옛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날아가고 백(魄)은 땅으로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 향을 피우고 술잔을 땅에 뿌리는 것은 혼백을 불러 오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서면 안보리 551번지 소재 향나무.

향나무의 향은 과거 향수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향을 담아 다니는 향낭은 사람의 품위를 더욱 높여줘 신분이 높은 집안이나 여인들이 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양반들의 이동수단인 가마에도 등급이 있었는데, 그중 향나무로 만든 향거는 지체 높은 신분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춘천에서 볼 만한 향나무는 서면의 금산리, 서상리, 안보리와 가정리에 있다. 이 중 안보리의 향나무는 강원-춘천-21호로서 지정돼 보호 받는 나무로서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마을 주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안내판에는 수령이 120년으로 적혀 있으나 더 오래돼 보인다.

서면 안보리 551번지. 나무의 주변 땅은 청풍김씨 문중 소유다. 향나무와 가까운 곳에 조선 18대 임금 현종의 장인인 청풍 부원군 김우명(1619∼1675)의 묘역이 있다. 부원군 제사에 이 향나무를 잘라 향을 피운다. 동네 개구쟁이들이 매달리고 오르내렸을 나무는 곧게 자라지 않고 용이 꿈틀대며 움직이는 형상을 닮아있다. 임금의 장인어른을 옆에서 모시다 보니 향나무도 예사롭지 않게 자랐을까?

높이는 4m 가량이고 나무 둘레는 1.2m 정도 된다. 지난 1982년 11월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이 향나무는 향도 좋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부원군의 기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래 나무를 잘라 간 탓에 고초를 겪기도 했다. 최고 권력자와 관련이 깊은 향나무로 조상의 제사를 모셔 후손에게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다. 꽃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뜻이다. 향나무는 아주 오래도록 멀리 향기 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침을 주는 나무다.

김남덕 (강원사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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