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거 돈 나오냐?
거저
남편 벌어다주는 걸로
된장이나 잘 지지면
여자 팔자 상팔자제.
어이구~
나는 보기만 해도 속 터진다.

 
엄마는 아부지 땜에
어지간히도 애간장 끓이며 사셨다.
끼 많은 아부지는
밥 먹고 사는 일보다
다른 일에 더 신명 나셨으니
즈그 애비 꼭 닮은
딸년 하는 짓이 못마땅하시다.
심심하다 싶으시면 한 번씩 오셔서
그거 하면 밥은 먹냐?
딸년 눈치가 별로다 싶으면
반찬이며 과일이며 해다 바치시고.
못 참고는 또 부아를 지르신다.
엄마께 감사하고 미안한 딸년이지만
말을 못한다.
고마리꽃 수를 놓아
작은 주머니 하나 드렸는데
그깟 거 쓰시지도 못하고
딸년 자랑용으로 귀하게 모신다.
엄만 이 귀한 그깟 것이
밥이 되면 좋겠단다.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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