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춘천환경운동연합(이하 ‘춘천환경련’)은 춘천 시민운동의 맏형이다. 한 때 회원이 450명에 이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언제부턴가 활동이 위축되면서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근래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춘천환경련을 다시 정비해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환경운동단체로서 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춘천환경련 재정비에 여념이 없는 권희범(58) 공동의장을 만나 이러저러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권 의장은 어떤 계기로 춘천환경련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궁금증이었다.

1993년 당시 ‘공해추방운동연합’을 이끌던 최열 의장이 이 기구를 환경운동연합으로 전환하면서 전국규모의 지역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던 때였다. 최 의장은 춘천이 고향이고, 강원대가 모교였기 때문에 이 고장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춘천환경운동연합이 같은 시기에 창립하게 됐다. 그때 같은 대학 동기였던 정명섭 씨가 춘천환경련 창립을 주도했는데, 1호 회원으로서 그 친구와 더불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춘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권 의장은 춘천 토박이가 아니다. 고향이 홍천 서면이다. 강원대 생물학과에 입학하면서 춘천사람이 됐다. 건강이 좋지 않아 서른이 돼서야 졸업을 하게 됐다. 이후 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20년간 근무하다 명예퇴직 했다.
그 직후 춘천환경련 상임의장을 맡았다. 물론 퇴직하기 전에도 회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했다.


얼마 전까지 유기농가게를 운영했다고 들었다. 춘천환경련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의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광우병소 수입 반대를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간병을 위해 중도에 사퇴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때 마음의 빚이 남아 있었다. 두 딸을 키우기 위해 유기농가게 ‘신시’를 차려서 운영했는데, 이제는 두 딸이 모두 대학에 진학했고 나도 다시 내 인생을 찾자는 의미에서 올해 복귀하게 됐다. 인생 3모작에 다시 환경운동을 선택했으니 춘천이 사람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춘천환경련은 4대강 살리기와 광우병소 수입반대 투쟁으로 정부와 당국에서 탄압을 많이 받게 됐다. 언론에서도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일이 많았다. 그런 과정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던 교수들이나 시민들이 많이 떠나고 자연히 조건이 열악해졌다.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때 회원이 450명을 넘었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20년 전과 비교하였을 때 춘천의 자연환경은 어떤가? 그 동안 춘천환경련이 지역의 환경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성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1990년도에 춘천시가 공지천을 복개하려고 시도했다. 당시에 시민사회단체가 단결해서 복개를 저지하는데 성공했지만, 건설자본과 결탁한 지방자치단체의 위력은 막강했다. 결국 공지천 양 쪽에 콘크리트 벽을 쌓아서 물길이 좁아지는 바람에 비가 많이 오면 바닥이 유실되고 있다. 자연하천이었던 공지천을 수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해마다 큰 비가 올 때마다 보강공사로 인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밖에 의암호 수질문제, 캠페이지 부지활용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와 아파트 건설에 의한 산지파괴 등 할 일이 산적하다. 도심에 숲공원이 없는 것도 문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

힘든 시기에 다시 선장을 맡게 됐다. 앞으로의 포부도 남다를 텐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춘천환경련이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면서 운동성도 강해서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구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환경련이 약화되면서 동시에 춘천 시민운동도 많이 약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적으로는 춘천의 좋은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주력하면서도, 대외적으로 춘천지역 시민사회운동이 권력을 견제하고 시정방향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

당면해서는 함께했던 분들을 다시 만나면서 힘을 모으고 회원들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1~2년 사이에 정상화 시키는 것이 목표다.

《춘천사람들》 독자나 시민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요즘엔 제대로 보도하는 신문이나 언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역의 정론지로서 《춘천사람들》이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지역에 뿌리를 잘 내려 살기 좋은 춘천을 만드는데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춘천환경련에도 많은 관심 갖고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

춘천환경련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시민운동이 활성화 돼야 한다. 시민운동의 생명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 속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특화된 시민운동이 다양하게 협력할 때 건강하고 살기 좋은 춘천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춘천환경련이 다시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 지역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뚝 서주기를 희망한다.

김병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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