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수업 기획하기

삶의 의미란 과정에 있는 것일까? 결과에 있는 것일까? 살다보면 인생이라는 것이 살아갈수록 지나온 과정이 진정 가치가 있음을 느낄 것이다. 교육은 삶의 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교육 역시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 진정한 배움의 의미가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교육현실은 학생들에게 ‘참된 과정’을 배제시킨 채 그럴싸한 결과만을 요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기획·실행·보고’의 세 단계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프로젝트 수업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은 기획단계다. 춘천전인학교는 7월 17일부터 5박6일간 ‘제주 자전거 기행’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이 대장정을 위해 사전기획을 2주간 진행한다. 수업 실행보다 2배나 더 많은 시간을 기획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획을 하는 시간 동안 자전거 일주를 함께 떠나는 8명의 학생들은 사전훈련을 하며 대열과 수신호를 맞추고 안전교육을 철저히 받으며 팀워크를 맞춰 나간다. 또한 실행기간 동안 필요한 숙박, 식사, 교통에 대한 것들을 회의와 토론을 거치며 학생들 스스로 마련해 나간다.

이렇게 보내는 순간순간 어른들 못지않게 수많은 의사결정의 난관에 부딪힌다. 서로의 의견이 어긋나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 갈등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점점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서로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이끌어주며 지혜롭게 성장해나간다.

기획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획서를 완성한다. 이 기획서에는 ‘스스로 자람, 더불어 자람’ 이라는 목표를 세운다. 스스로 자람이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학생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목표고, 더불어 자람이란 팀 전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말한다. 스스로 자람에는 리더십 키우기, 배려심 키우기, 나쁜 습관 고치기 등이 목표로 정해지곤 한다. 리더십을 키우고 싶은 학생은 팀 전체의 리더인 ‘이끄미’라는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 수업 내내 팀 전체를 직접 이끌며 큰 성장을 하게 된다.

팀원들은 각자 개성이 넘친다. 이 개성이 넘치는 개인들이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교감의 밀도가 높은 유기적인 관계망 속에 얽히게 된다. 이로써 서로를 거울삼고 디딤돌 삼아 한 개인이었다면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인격적 성장의 단계를 더불어 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 고립된 개인이 달성할 수 없는 배움의 높이도 다양한 교사와 학생들이 밀도 높게 교감하는 수업의 현장에서는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비고츠키가 말한 ‘관계의 교육’이 실제로 구현되는 현장이다.

‘참된 과정’이 결여되어 있는 교육현장에서 자란 아이들은 ‘참된 관계’를 통한 성장도 결여되어 있다. 이렇게 자란 어른들을 ‘어른아이’라고 한다. 몸도 다 크고 학력도 좋지만 정작 대학을 졸업해도 주인의식과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어 삶을 가치 있게 이끌어 나가지 못한다. 또한 주변과 관계를 맺는 것도 힘들어하고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배려심이 결여된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참된 과정과 관계를 지향하는 교육의 혁신과 대안모색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는 ‘진정한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홍지훈 (전인학교 교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