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후평공단에 자리 잡은 강원청소협동조합은 춘천의 대표적 자활기업 (주)늘푸른환경과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형민 대표가 이사장을 겸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곳을 강원지역 청소자활기업 물류기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입구부터 각종 청소용품과 기자재가 빼곡하게 쌓여 있다. 구석의 작은 공간을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물류창고라 해도 될 듯했다.

강원청소협동조합 이형민 이사장

“이 물류사업은 내부순환시장 구축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원가절감은 서비스 질을 높이는 동시에 조합원 회사들의 수익향상으로 이어지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어요.” 이 이사장은 물류사업이 여러 청소자활기업들의 경영개선과 성장의 비전이 담겨있음을 강조했다.

강원청소협동조합은 2015년 1월 설립됐다. ‘늘푸른환경’을 비롯한 14개 지역 청소자활기업이 협동조합의 기치 아래 모였다. “비빔밥과도 같습니다. 14개 자활기업들 저마다 처한 사업환경이나 여건이 다 달라요. 경영이나 영업방식도 다 다르고요. 여성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 고용률이 70~80%에 이르는 한계도 있어요. 그런 자활기업들이 강원지역 청소자활기업의 공동협력과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협동조합으로 뭉친 겁니다.”

비빔밥은 똑같은 재료만으로 맛을 낼 수 없다. 각기 다른 성질의 재료들이 하나로 뭉쳐야 오묘한 맛을 낼 수 있다. 협동조합을 비빔밥에 빗댄 그의 비유가 절묘하다. 설립과 동시에 광역자활센터 지원으로 ‘마음에 빛을 더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마음빛애’라는 공동브랜드도 만들었다. 한마음으로 비벼낼 강원청소협동조합이라는 비빔밥의 감칠맛을 기대해 본다.

이 이사장은 처음부터 청소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IT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그런 그가 인생 방향타를 반대로 튼 것은 IMF외환위기 때문이다. 경영난으로 회사가 문 닫으면서 졸지에 실직을 했다. 컴퓨터학원 강사를 전전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기회는 오질 않았다. 우연히 지역자활센터를 찾으면서 그의 ‘청소인생’이 시작됐다. 프로그래머답게 시작부터 청소기술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졌다. 사업단을 이끌면서 ‘희망’을 찾았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청소사업이 자활사업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이전부터다. ‘96년 시범사업 단계부터 청소사업은 가난한 이들의 일자리창출 단골소재였다. 그러나 청소사업은 보기보다 단순한 사업이 아니었다. 고급대리석 같은 고가의 건축자재를 잘못 닦으면 계약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배상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분야도 다양하고 갈래가 복잡해서 청소사업을 한 가지만으로 얘기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 학교 화장실을 무료로 청소해 주던 것이 계기가 돼 자활협회와 교육부가 협약을 체결, 학교 화장실 청소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많은 청소자활기업들이 배출됐고, 오늘날에는 청소관련 전문자격은 물론 ISO9001과 ISO14001 인증을 획득한 전문기업들로 자리매김을 했다. 수도권 모 청소자활기업은 일반기업들과 경쟁해 코레일로부터 100억원대 계약을 수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과 전문성을 높여 새로운 분야로 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경쟁을 넘어 사회적 가치에 중심을 둔 블루오션 시장을 찾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가야겠지요. 느림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내실의 기법입니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 가는 협동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이사장은 서둘지 않겠단다. ‘느림’과 ‘여럿이 함께’는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을 담은 청소자활기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10년 넘게 버텨올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원응호 시민기자(강원도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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