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의 전설’, ‘통섭’, ‘치바독(치킨처럼 바삭한 독서)’, ‘병아리’, ‘고독자’, ‘독토’, ‘시나브로’, ‘책사모’, ‘책수다’.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를 자랑하는 이름들. 남춘천중학교(이하 ‘남중’) 학생 독서동아리 이름들이다.

1천100여명의 남학생들이 오롯이 생활하고 있는 남중은 학군 좋고 교육열 높기로 이름이 나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아이들이 휴일에도 학원으로, 과외로 장소를 옮겨가며 성적 올리기에 열심이다. 독서 또한 진학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곤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사실 1초의 시간이라도 허락되면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아이들, 신체활동이 왕성한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소설책을 읽히고, 시를 낭송하게 하는 일은 아주 낯설고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다. 독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아이들 스스로가 책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면 그 중요성은 가치를 잃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선정하고 읽을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중은 몇 년 전부터 학생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서관 운영예산에 학생 독서동아리 활동비를 별도로 책정하고, 도서관의 다양한 행사인 독서기행, 저자와의 만남, 도서관 캠프, 월별 도서관 행사 등을 기획 추진해 아이들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학생 독서동아리 공모사업’에 해마다 응모해서 확보된 예산으로 아이들의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왔는데, 올해부터 학교별 사업선택제로 바뀌어 아쉬운 대로 ‘책 읽는 입학식’과 ‘학생독서동아리 활동’을 사업선택제로 선정해 책읽기 환경조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때는 아이들의 참여가 저조해 힘이 빠지기도 했으나 다양한 독서활동에 대한 입소문이 확산되면서 지난 5월 23일에 열린 교내 도서관 캠프 ‘꿈꾸는 청소년, 힐링 인문학의 밤’에는 모집인원 60명이 삽시간에 넘쳐서 불가피하게 정원을 80명으로 수정했음에도 20명의 학생들을 탈락시켜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내 활동은 학교 밖으로 이어져 춘천교육지원청이 후원하고 전교조춘화중등지회가 주최하는 ‘2016 춘천 청소년 독서아카데미’에 80여명의 아이들이 꾸준히 참여해 자신들이 읽은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갖고 있다.

입시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지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동아리 활동이 소원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책 이야기를 통해 한 걸음씩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곳, 여기는 남춘천중학교다.

 

 

최영숙(남춘천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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