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주 작가는… 강원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백석대 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했다. 2009년 춘천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북경아트페어(베이징)와 이 작가를 주목하라(아코자 갤러리), 2011년 한국현대 미술제(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그리고 2014년 강원아트페어와 2015년 춘천미술 더 클래식 외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아트인 강원, DMZ ‘침묵의 시선’(파리), 평창비엔날레 GIAX, 명상과 힐링(강원랜드)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가는 1970~1980년대 초 강원도 최고의 컴퓨터 1세대였다, 처음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컴퓨터를 다루던 작가는 강원도의 5개 국립대에 집채만한 IBM 컴퓨터가 들어올 때, 컴퓨터 활용직으로 스카우트될 만큼 유명한 컴퓨터 활용 전문가였다. 이후 강원도청에 행정용 컴퓨터가 도입되었을 때는 강원도로 또 다시 스카우트되어 직장생활을 했다. 취미로 미술과 공예를 하던 작가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며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어릴 적 꿈인 미술대학에 뒤늦게 진학했다. 강원대 미술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작가는 유화와 서양화를 전공하다 도자회(陶瓷繪)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된다.

도자회? 이름이 낯설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린다는 말일 게다. 도자기는 기본적으로 기물이기 때문에 공예로 분류된다. 작가는 공예인 도자기를 평면으로 가져와 회화화를 시도했다. 도자기는 유약이나 안료를 쓰면서 인공적인 면이 강한데 비해 작가는 무광으로 작업해 천연으로 낼 수 있는 색을 만드는데 치중하고 있다. 요즘은 연기를 도자기에 스며들게 하는 방법을 개발해 작품에 시도하고 있다. 이는 도자기 기법의 하나인 라꾸(불사름의 기법)에서 착안한 것으로 가마에서 열을 받은 상태에서 꺼낸 작품을 젖은 톱밥 속에 집어넣으면 톱밥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가 유약이 묻은 부분에는 스며들지 않고 유약이 없는 부분만 연기가 스며드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연기를 통해 나타나는 색은 검정색으로 먹을 생각하면 된다. 먹은 음영이 짙은 색과 역한 색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이 작업은 어떤 작품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인간이 표현하지 못하는 색을 창조하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

전원 속을 걷다. (연기를 이용한 작품)

작가는 공예를 전공했고 그전에 서양화를 했기 때문에 지금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노동이다. 흙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들어 날라야 하는 작업이라 어려움이 많다. 가마에서 구워지는 시간이 긴 것도 어려움의 하나다. 작가는 작업을 위해 지금은 사북면 송암리의 산골마을로 이사를 했다.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 덕에 작업실을 만들었다며 남편에게 공을 돌린다.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 그러나 도자회의 특성상 많은 작품을 내지는 못한다. 흙이 무겁고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니 2014년에는 개인전을 잡아놓고 중간에 오십견이 와서 전시회를 포기하기도 했다.

작가는 춘천의 미술 현실에서 시립이나 도립 미술관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도립미술관 만큼은 반드시 춘천에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술관이 있어야 안정된 전시가 가능하다. 또, 미술관은 작품을 보유해야 되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도 작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다. 그나마 안정된 작업조건을 지니고 있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남자 미술가들 중 생활문제로 작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흙 자체가 무거워 좀 더 얇게 만들려고 하는데, 얇게 만들면 변형이 잘 생겨 쉽지 않다. 작가는 작품의 특성을 건축에 활용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건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일을 예로 들면, 타일은 공장생산품이라 예술로 볼 수 없지만 도자회를 건축에 이용하면 예술적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얼마 전 상감기법을 통해 전원마을을 나타내는 도자회 작품(전원 속을 걷다)을 춘천미술 더 클래식전에 전시했다. 흙을 이용하고 자연색을 나타낸 때문인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작가의 노트를 보면 작가가 조감범을 많이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늘 새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한다. 이것이 나의 작업에 조감법이 등장하게 된 모티브다. 내가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거시적 세계를 관찰하기에 용이하고 표현의 자유로움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늘의 새가 내려다보는 풍경이 전원마을이라는 작품에 담겼다. 작가의 작업에 대해 백석대학원 김병호 교수는 “그녀의 작업은 ‘조감법’, ‘드로잉과 상감기법’, ‘기호’ 등이 다층구조를 이루면서 또 자기만의 조형언어를 통해 유기적 통일성(Organic unity)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작가는 8월 하순부터 태백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태백은 탄광촌으로 상당한 호경기를 누렸지만 광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이 많이 위축돼 있다. 일본의 나오시마가 태백과 유사한 환경에서 예술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데서 착안해 ‘흐르는 땅 태백’이라는 주제로 릴레이 전시에 참여한다. 내년쯤에는 춘천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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