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SNS를 통해 산란을 위해 농수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를 보호하고, 춘천의 하천생태 다양성을 복원하기 위해 치어를 방류하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다. 생태 전문가와 지역주민, 그리고 시청 환경과까지 함께 하는 이 활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는 강원대 부속 환경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는 최재석 교수를 만나 춘천 하천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잉어는 흔한 물고기인데, 보호한다니 좀 낯설었다.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치어 방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재석 교수

잉어와 누치는 산란을 위해 지류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누치는 주로 춘천댐 밑에서 산란을 하고, 잉어는 의암호 지류에 주로 산란을 한다. 우두동에 주로 농수로 쓰이는 마장천이 있는데, 잉어가 참 많이 올라와 산란을 한다. 40~50㎝나 되는 잉어들이 수십 수백 마리가 올라와 산란을 하고 내려간다.

잉어가 몰리니 그 잉어를 잡겠다고 사람들도 몰렸던 모양이다. 잉어를 훌치기(낚시 바늘을 던져 물고기 옆구리가 걸리게 하는 방법)로 잡거나 직접 몽둥이로 때려잡는 모습을 주변 지역주민들이 보고,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 지역 모 시의원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 사정을 접하고 마장천의 가치를 알리고 보호해야겠다 싶어 시청 환경과에 잉어보호와 치어방류 사업을 제안하게 됐다. 환경과에서도 마장천 보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간 춘천에서는 온통 개발사업만 눈에 띄어 마뜩잖았는데, 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다른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특별한 것은 아니고 시 환경과 공무원들이 이전과는 좀 다르게 환경문제를 보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마장천은 어떤 하천이고, 그 가치는 무엇일까?

마장천은 사람과 생물이 서로 교감을 나누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다른 생물과 만나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마장천은 아이들이 물고기를 접하고, 물고기의 습성을 볼 수 있는 학습장으로 아주 적합한 곳이 될 수 있다.

물고기와 교감을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언뜻 다가오지 않는다. 어떻게 교감을 나눈다는 것인지….

큰 잉어에게 먹이를 주면 물 위로 머리를 쑥 내밀면서 뻐금뻐금한다. 그때 머리를 ‘쓰담 쓰담’ 해주면, 잉어가 참 좋아한다. 어린아이에게 생물과 그런 교감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최재석 교수는 오랫동안 환경연구소에서 활동하며 강원도 하천의 생태와 어류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춘천의 공지천 등에 서식하는 어종이나 하천의 상태는 어떨까? 예전보다 악화됐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예전 자료를 보면 춘천에서 약 60~70여종의 어류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의암호 부근 어류의 종은 약 40여종 정도로 줄었다. 예전에 비해 종 다양성이 현격히 감소했다. 공지천이나 의암호 수질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환경부도 예전과 달리 현재 우리나라 수질 상태를 크게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의암호에 어종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무분별한 골재 채취로 인해 다슬기나 재첩, 그리고 어류 서식처가 사라진 것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쏘가리나 재첩, 다슬기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다슬기와 재첩의 경우 연간 100톤 정도 채취돼 대구 수산시장에까지 팔 정도였다고 한다. 재첩은 모래에도 서식하는데 모래가 없어지니 재첩이 사라진 것이다. 쏘가리 같은 경우도 개체 수 조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했는데, 사실 그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

재첩은 수질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재첩 1마리가 하루 동안 1.5ℓ의 물을 깨끗하게 한다. 현재 의암호나 지류 유입부, 그리고 공지천 쪽으로 모래가 다시 쌓이고 있어 재첩이 다시 잡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금 의암호에 잉어가 많은 것도 쏘가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배스와 같은 포식자는 주로 강가 가장자리에 많이 살다보니 실제 잉어나 누치를 먹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로 쏘가리가 그 역할을 해 왔는데, 쏘가리가 없어지니 잉어의 개체 조절이 되지 않은 것이다. 쏘가리가 다시 자리 잡게 되면 의암호 생태 환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한다. 산도 좋지만 물과도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물은 생명의 시원이기에 누구에게나 소중하지만, 춘천 사람들에게 그 의미는 남다르다. 마지막으로 물, 하천, 강과 관련해 춘천이 지향할 바는 무엇일까?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다. 지금 소양강 처녀상이 있는 곳이 예전에는 은빛 모래밭이었고, 그 부근에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이 참 많았다고 한다. 지금 중도 지역에 유적지가 발견되는 것만으로도 춘천이 예전부터 사람들이 참 살기 좋은 곳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농사짓기 좋고, 어족자원도 풍부한 곳이 바로 우리 춘천이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 의암호의 어족자원은 예전에 비해 훨씬 빈약하다. 다들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하는데, 민물고기 요리를 별로 찾기가 어렵다. 닭갈비와 막국수가 대표적인 먹거리다. 요즘 중국 여행객이 춘천을 자주 찾는데, 중국에서는 민물고기로 만들어진 요리를 최고 요리로 여긴다고 한다. 예전 같았다면 춘천은 중국 여행객에게 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춘천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양호나 의암호에 예전처럼 다양한 어족 자원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고기를 보는 즐거움, 만져보는 즐거움에 대해 다양한 먹거리까지 개발된다면, 춘천은 훌륭한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본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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