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는 지인이 내게 ‘가르치는 아이 중에 미운 아이도 있죠?’라는 아주 직설적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머뭇거릴 필요도 없이 답은 ‘그렇죠!’다. 강사든, 선생이든 성인군자는 아니니까!

과연 어떤 아이가 미움을 불러일으킬까!

과제를 해오지 않는 아이, 자기 고집만 세우는 아이, 수업 내용을 항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뭐 다 미워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에 비교한다 해도 허영심이 가득한 아이에 비한다면 다 ‘조족지혈’이다.

I가 딱 그런 아이였다. I가 고3이었을 때 인연을 맺었는데, 내신 성적이 좋다고 자기를 소개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영재교육을 받았다고 은근히 자랑을 하던 I는 사실 수학 실력이 좋지 못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 위주로 공부한 결과였다.

고3 학생 대부분은 학기 초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본인 실력으로는 합격하기 어려운 대학을 쉽게 합격할 거라고 믿는다. I 또한 그랬다.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I는 종종 수업 내용에도 훈수를 두거나, 공식이 미흡한데도 자기 풀이가 맞다고 곧잘 우기기도 했다. 그런 I는 처음 몇 달 내게 참 많이 혼났다. 이해하기 어려운 I의 태도에 솔직히 많이 미워했다. 눈에 보이는 거짓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허풍은 I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보였다. I의 허영심은 또래 친구들과도 문제를 일으켰다. 자기를 자랑하고, 꾸미는 데 한계가 있기도 했지만, 본 모습은 금세 들통 나는 법이니까. 수업 도중 몇몇 친구는 노골적으로 I를 무시하거나 조롱하기 일쑤였다.

누가 봐도 자길 꾸미는 행동인데도, I의 계속된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꼭 맞는 답은 아니지만 따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태도의 이유를 넌지시 알 수 있었다.

I의 아버지는 토목·건축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한 때는 부유했지만 사업 실패로 파산을 해 집안 사정이 많이 좋지 않다고 했다. 큰 사업을 했던 만큼 자존심 높은 아버지로 인해 I는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성적이 좋아야 하고,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건 당연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는 I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다.

I는 자신을 둘러싼 답답한 환경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처해왔던 것이다. 남들에게 책잡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I는 점점 자신을 화장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한 번 꾸미기 시작한 화장을 쉽게 그만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I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도 이상하게도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단지 어린 나이에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이 바로 우리들이란 생각에 참 씁쓸했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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