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면 수동2리에 있는 ‘쌍가마골’

‘가마골’ 또는 ‘쌍가마골’이라는 지명은 전국 어디에나 흔히 있는 지명이다. 대부분 지형이 가마솥 모양이나 사람 머리에 난 쌍가마 형상으로 생겼다고 해서 불리게 된 이름이다. 그런데 수동리에 있는 쌍가마골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전쟁의 아픔과 치병의 기쁨을 동시에 간직한 지명이다.

창촌리에서 추곡리와 광판리 방면으로 난 언덕을 오르기 전에 왼쪽으로 난 길이 있다. 와룡리로 들어가는 입새다. 그곳이 바로 쌍가마골이다. 이곳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피난을 가던 피난민이 있었다. 등에는 아이를 업고, 머리에는 보따리를 이고 험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게 가다 보니 너무 힘들고 배도 고프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주린 배를 움켜지고 한참을 가다 지금 쌍가마골에 이르렀을 때였다. 아이를 업고 가던 여인이 보니, 자기 등에 먹음직한 짐승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피난 행렬을 멈추고 지게에 지고 가던 가마를 내려 화덕을 걸었다. 그러고 짐승을 가마솥에 삶아서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배를 불리고 나서 어느 정도 정신이 들어 등에 업고 가던 아이를 찾으니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아이 어머니는 자신이 아이를 삶아 먹었음을 알게 됐다. 너무나 슬픈 전쟁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쌍가마골이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지금은 폐자재 소각공장이 들어서 있는 샘물둥지와 연계된 이야기다. 원래 이곳에 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던 샘물둥지가 있었다. 여름이면 찬 샘이 솟아나 이 물로 더위를 식히고, 겨울이면 따뜻한 물이 솟아 나와서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기도 했다. 이 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게 살았다. 어느 날은 앉은뱅이가 와서 이 물을 마시고 다리를 펴고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됐다. 그 후 샘물둥지는 영험한 약수로 알려졌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병을 고치려고 샘물둥지에 몰려들었는데, 어느 날은 벼슬아치가 탄 쌍가마가 이 골로 들어왔다. 와룡사람들은 처음 보는 장면이라 모두 구경을 하려고 몰려들었다. 그 후 와룡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쌍가마골이라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와룡리 쌍가마골은 죽음과 삶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배고픔에 아이를 삶아 먹은 처절하게 슬픈 이야기와 고질병을 고치려고 쌍가마를 타고 들어온 벼슬아치의 쌍가마 이야기가 동시에 지명을 낳았다.

그 때문일까 생사를 가름하는 이곳에 느닷없이 두 기의 미륵과 한 기의 나한상이 자리하게 됐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두 기의 미륵은 쌍가마골이라는 지명이 생기기 이전에 있었다.

어느 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낮에 벼락 치는 소리가 크게 났다. 마을사람들이 벼락이 떨어진 곳에 가보았다. 그곳에는 두 기의 바위미륵이 꼿꼿하게 일어서 있었다. 맑은 대낮에 벼락을 친 것도 그렇지만 없던 미륵이 나타났으니, 동네 사람들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손으로 밀어보았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 이후 마을사람들은 매년 3월 3일 삼짇날이면 제물을 마련해서 그곳에서 치성을 드렸다. 나한상은 나중에 빙애산에 있는 것을 업어다가 모신 것이다. 이를 마을에서는 미륵당 또는 산제당이라 한다.

이런 이야기도 전한다. 화악산에 있는 어느 절의 스님이 시주하러 왔다가 이 미륵을 보고 절에 가서 주지스님께 말씀을 드렸다. 믿지 못한 주지스님이 바랑과 망치를 주면서 미륵의 코와 귀를 떼어 오라고 했다. 그래서 시주승이 미륵의 코와 귀를 떼어 갔는데, 화악산 절 부근에 가서 피를 토하고 죽었다. 절도 그 후 주지가 염병이 들어 폐사되고 말았다.

영험담이야 미륵당의 신비성을 나타내려 한 것이라 치자. 그래도 참 재미있는 것은 미륵이 솟아 미래세를 밝혀주고, 나한상이 현세에서 밝은 미소를 짓고 있음이다. 분명 예사롭지 않은 연결고리일 게다. 미륵이 나타나 한 맺힌 아이와 아이 어머니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샘물둥지의 물이 사람들의 고질병까지 치유해 주는 바로 그 쌍가마골에 미륵당이 있으니 말이다. 가끔 어른들이 “지명은 신선이 지은 것이야. 다 그에 맞는 뜻이 있지” 라고 하시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겠다.

이학주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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