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키우는 나무

옛말에 ‘싸리나무 회초리는 3년, 물푸레나무 회초리는 1년’이라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과거 공부와 관련된 말이다. 요즘 이 말대로 했다가는 당장 아동학대로 몰려 법정에 서야겠지만, 예전 자녀들 훈육에 회초리가 한 몫 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춘천의 보호수 중에 물푸레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배후령 터널에서 북산면사무소 방향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하면 양구 가는 옛 도로를 만난다. 추곡약수터로 향하는 길이다. 이 도로변 왼쪽에 범상치 않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약수터로 가는 길이 급한 사람들은 자칫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추곡1리 물푸레나무는 강원-춘천-33호로 지정된 보호수다.
 

아들 점지해주는 나무

수령이 최소 350년 이상일 것으로 보이고, 둘레는 3.6m, 높이는 10m에 달한다. 신작로가 생기기 전 마을사람들은 계곡을 따라 마을을 잇던 오솔길을 걸어 다녔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나무는 마을 주민들에게 고향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특히 주민들은 나무를 ‘아들나무’라고 불렀다. 나뭇가지 위에 돌이나 동전을 던져 올리면 아들을 점지해 줬다는 것. 삼신할미 역할까지 했던 물푸레나무가 지금은 마을사람들보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

나뭇가지를 잘라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다.

재주가 많으면 몸이 고달프다. 물푸레나무가 그렇다. 단단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물푸레나무는 도끼자루, 쟁기와 같은 농기계는 물론 운동기구나 가구를 만들 때도 쓰인다. 인기가 많다보니 오래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쓸모가 많아 나무가 크기도 전에 베어지기 때문이다.

나무껍질은 한방에서 다양한 치료제로 쓰인다. 위의 기능을 촉진하고 조절하는 효과가 있으며, 염증을 낫게 하고 지혈, 설사에도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이곳까지 왔으니 약수터에 들러 목을 축이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추곡약수가 발견된 지 2백년이 되는 해다. 또한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나무도 보고 약수도 마시고, 자연이 주는 호사를 누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남덕 (강원사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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