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저녁 5시부터 11시까지 열리는 소양로 번개시장의 야시장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야시장을 열고 있는 상인들은 싱글벙글하고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해 한다. 편리하고 익숙해져버린 대형마켓이 즐비한 상황에서 전통 야시장에 어떻게 사람이 몰릴까를 두고 이런 저런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서면 등 춘천의 농업지역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농산물을 새벽 녘 짧은 시간에 사고파는 장이 서기도 한다고 해서 번개시장이라 불리는 이 시장의 토요 야시장에 붙여진 정식명칭은 ‘번개&뚝방 번개야(夜)시장’이다. 지난달 8일 소양강스카이워크 개장에 맞춰 시도한 야시장이 성황을 이룬데 고무된 결과다. 아직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모습이다.

야시장의 긍정적인 가능성과는 달리 춘천의 다른 한편에서는 암울한 전망도 드러나고 있어 안타깝다. 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한 중도개발은 이런 부정적인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번개야시장과 비교해보면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일이 안 될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유가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두 사업을 두 가지 측면에서 비교해보자.

먼저 사업 주체 측면의 비교다. 춘천시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하기는 했지만 번개야시장은 시장 상인과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번개시장 상인회 및 부녀회, 근화동 새마을부녀회,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뚝방마켓’으로 구성된 번개야시장추진위원회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춘천도시재생센터와 소통하면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레고랜드는 춘천에 들어서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춘천시장을 비롯해 춘천시 관계자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듯이 ‘강원도 사업’이다. 구도가 이러하다 보니 춘천시민이 참여할 공간은 구조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성과 배분 측면에서 비교해 봐도 두 일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번개야시장은 시가 지원금을 주긴 했지만 시와 성과를 나눠가지지는 않는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시민에게 돌려줘서 잘 살아가도록 도와주고 끝난다. 이에 반해 레고랜드 개발은 강원도가 출자금, 교량건설, 대지 헐값 제공 등 도민의 세금을 직간접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챙기게 되어 있다. 사업개시 후 15년이 지나면 세금을 받고 매출이 400억원을 넘으면 지분이익을 받을 수 있다지만 그간 한국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민자유치사업에 관한 경험칙은 그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런 대비된 성격으로 인해 이 두 사업의 결과 역시 상반된다. 번개야시장은 사람이 스스로 살도록 만들어 지속가능한 발전 토대를 구축해가고 있다. 반면, 레고랜드는 자신의 생존에 최대의 가치를 두는 기업에 사람을 살려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시민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바꾸면 된다. 주민의 뜻에 따라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중도개발을 하면 사람을 살리는 사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레고랜드 대신 중도의 많은 희귀 유적을 보존, 복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서면 주민들이 바라듯 중도 인근의 놀이시설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춘천 전체를 고루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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