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들은 일생을 살아가는 양상에 따라 평생을 민물에서만 보내는 붕어나 피라미 같은 순수 담수어류, 연어와 같이 바다에서 성장한 후 민물에 올라와 알을 낳고 새끼들은 다시 바다로 이동해 성장하는 강오름성 어류, 뱀장어와 같이 민물에서 성장한 후 산란을 위해 바다로 이동하고 부화한 새끼들은 다시 민물로 올라와 성장하는 강내림성 어류, 그리고 산란과는 관계없이 수시로 민물과 바다를 드나드는 숭어나 망둑어류와 같은 양측회유성 어류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바다와 강을 넘나드는 강오름성 어류나 강내림성 어류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가려면 이동을 방해하는 높은 보나 댐이 없어야 한다. 한강에는 몇 개의 댐이 있을까? 하류의 팔당댐을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강 쪽으로 청평댐-의암댐-춘천댐-화천댐-평화의댐이 있고 소양강에 소양강댐이 있다. 남한강 쪽으로는 이포보-여주보-강천보와 충주댐이 있다. 일부 어도가 설치돼 있다 해도 댐으로 겹겹이 차단된 물길이라 이들 회유성 물고기가 자유로이 이동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때때로 회유성 어류인 은어가 춘천 인근에 나타나기도 하고 춘천 주변의 호수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어부들에게 뱀장어가 큰 수입원이 될 만큼 적잖이 잡히기도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인위적인 방류에 의해 살아가는 개체들이다.

뱀장어는 특유의 감칠맛과 함께 미용이나 스태미나 음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사실 우리가 먹는 뱀장어들은 자연산이기보다는 대부분 양식에 의해 생산되는 것들이다. 소비되는 그 많은 양을 자연산만으로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뱀장어 양식을 위해서는 강의 하구에서 민물로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포획하는 수밖에 없다. 부화 후 아주 어린 뱀장어의 먹이 문제 등으로 인해 인공 종묘의 생산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부화한 실뱀장어들이 2~5월경에 민물로 올라오는데 이때 강의 하류에 모기장같이 촘촘한 그물을 치고 어린 실뱀장어들을 잡아 양식을 하는 것이다. 해마다 강으로 올라오는 실뱀장어의 양에 따라 뱀장어 가격이 결정되는데, 한때 1그램도 안 되는 5센티미터 남짓의 실뱀장어 한 마리 가격이 7천원까지 치솟은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에 나타나는 동아시아산 뱀장어들의 생태는 오리무중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산란을 하는지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일본의 한 대학이 1973년부터 1991년까지 장장 18년간 끈질긴 조사 끝에 뱀장어의 산란장이 마리아나군도 인근의 북태평양 서부이고, 4~7월 사이의 그믐에만 산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올 봄쯤에는 대량의 뱀장어 종묘생산이 가능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도 해 앞으로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뱀장어를 맛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송호복(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