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천 작가는
1967년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리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7년 춘천으로 이사했다. 2013년 《한국의 재발견》 사진집 출간.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1·2(공저) 및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공저) 출간. 2015년부터 《한국의 재발견》 시리즈로 ‘제주도의 재발견’ 사진전, 2016년 7월 ‘강원도의 재발견’ 전시. 2015년부터 ‘부산의 재발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애경 기자

호반의 도시 춘천. 1964년 춘천댐, 1967년 의암댐, 1973년 소양댐. 이 세 개의 댐이 담고 있는 물은 30억톤이 넘는다. 가히 우리나라 최대의 호수도시라 할 만하다.

댐은 필연적으로 환경의 변화를 동반한다. 춘천시·양구군·인제군에 걸쳐 있는 남한 최대의 소양호는 춘천시 북산면을 중심으로 6개면 38개 마을 4천600세대를 수몰시켰다. 마을의 수몰은 공동체의 파괴를 초래했다.
바깥세상과 격리된 오지의 특성 상 오랜 전통을 간직했던 마을은 대부분 사라지고 그나마 남아 있는 마을의 풍속도 빠르게 변했다. 작가는 이런 산촌마을의 풍경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2007년 춘천으로 이사한 후 10년째 소양호 마을을 사진에 담고 있다. 물로리, 조교리, 품걸리, 품안리, 신이리 등. 그러다보니 여러 마을의 전현직 이장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도 됐다. 작가의 렌즈에는 소양호 언저리에 깊숙이 숨겨진 마을의 이야기와 풍습, 1970년대 농촌풍경이 담겨 있다.

<50+1, 2015 강원도> 전시작, 춘천시 삼천동, 2016. 6.

임재천 작가는 지금은 꽤나 알려진 스타 사진작가다. 춘천엔 주소만 남겨둔 채 전국을 주유한 지도 어언 10여년. 임재천 작가는 소양호 마을을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마을들마저 근래 들어 도로가 포장되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 변화가 작가의 발걸음을 채근한다. 차를 가져본 적 없는 작가는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하며 마을의 모습과 주변의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작가의 작업 분야는 인문지리 다큐멘터리. 발이 튼튼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왜 작가는 이런 고단한 작업에 나서게 됐을까?

작가의 고향은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마을로, 국보 제77호 탑리5층석탑이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다. 작가는 사진사가 가르쳐준 대로 구도를 잡는 손가락 모양에 집중하다 한 쪽 눈이 난시가 됐다. 이 무렵 우연히 만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그야말로 운명적 만남이었다.

14살 무렵 좀처럼 보기 힘든 외국인 세 명이 동네를 찾았다. 작가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를 시도했다. 외국인이 떠나면서 건넨 책 한 권, 그 책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이었다. 책 속의 사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진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솟구쳤다. 이런 욕구를 실현시켜 준 사람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중학교 3학년 때 무전여행을 권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전여행을 마치고 나니 4천원의 돈이 남아 있었다. 이 여행이 작가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가 됐다.

작가가 들려준 에피소드는 특이하고도 놀랍다. 어릴 적 유난히 겁이 많아 담력을 키우기 위해 동네 뒷산인 금성산에 올라 뱀을 잡으러 다닌 이야기, 사진을 위해 180: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지망한 이야기 등. 그러나 운전도 못하는 작가가 다섯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횡단보도에서 고모와 어린 조카와 함께 당한 교통사고. 그 사고로 고모는 세상을 떠났다. 작가는 15m를 날아가 떨어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타고 가던 버스가 뒤집혀 일어난 사고와 인도로 돌진한 오토바이에 치인 사고 등 수차례의 교통사고로 무릎연골이 망가져 작가는 걸음을 오래 걷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늘 걷고 또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나이 마흔에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싣겠다는 목표는 2007년에 정확히 달성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2013년에는 첫 사진집 《한국의 재발견》을 예약판매로 완판했다. 이 책은 1년 만에 2쇄까지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책 제목은 1980년대 중반 당시 ‘뿌리깊은나무’의 발행인인 고 한창기 선생이 사비를 들여 제작한 11권 전집 《한국의 재발견》에서 빌려왔다. 새로운 《한국의 재발견》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촬영했던 슬라이드 필름작업 결과물을 동명의 사진집으로 출간한 것이다.

2013년에는 50명의 후원자가 100만원씩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50+1 프로젝트로 제주도를 1년간 촬영해 2015년 봄에 전시했다. 2015년 봄부터 2016년 봄까지는 강원도를 같은 방식으로 촬영해 지난달 전시했고, 다음 달부터는 부산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6개 도와 3개 시로 끝내려 한다. 1년에 한 곳만 가능하기 때문에 나이가 더 들면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인 것은 무릎이다.

작가에게 다큐멘터리 사진은 기록의 본질이다. 기록으로 작업된 사진에 예술성을 부여하는 것은 독자들이라는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에게 춘천의 공직사회는 답답하다. 2009년부터 관광사진전 공모보다 제대로 된 프로젝트 기획을 통해 관광사진으로 쓸 수 있는 작업을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 결과 50+1을 기획하게 됐고, 이제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됐다. 춘천시가 작가의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관광 브랜드 가치를 훨씬 높였을 것이다.

임 작가는 각종 기념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 분야만큼은 사진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작가는 앞으로도 사라지고 잊혀가는 한국의 풍경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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