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도 거론되지만 상위 1% 최고소득층에 대한 소득 집중도와 이에 따른 소득 불평등의 심각성이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웬 이유에선지 국세청이 관련 소득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이에 대한 연구조차 없다. 그러니 추정자료를 내놓을 뿐인데, 국세청 통계연보 자료를 이용한 최고소득층 1%의 소득 집중도의 추정자료를 보니 가히 기가 막힌다.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1996년부터 2012년까지 늘어난 소득의 56.4%가 상위 10%에 집중됐고, 소득의 23.4%가 상위 1%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또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 14.9%에서 21.7%로 증가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엔 10.8%였던 게 2011년엔 23.5%로 배나 불어났다. 국민 전체가 경제적 빈곤에 쪼들릴 때 부자들은 반대로 200%도 넘게 재산이 불어났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하위 90%의 소득이 16.1% 늘어난 반면, 상위 1%의 평균소득은 같은 기간 2억9천504만원에서 6억2천959만원으로 113.4%나 증가했다고 하니 ‘살인’적 불평등 현상의 고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국사회를 말할 때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이념의 갈등, 남북의 정치적인 대치, 주변국의 정치적인 역학관계, 그리고 중국의 정치·경제가 미치는 영향과 사회심리학적인 개개인의 절망감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불평등 구조’다. 신자유주의의 대표국인 미국도 우리의 불평등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들이 주로 시장경쟁을 통해 소득을 얻는 반면 우리나라 상위 10%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주로 시장원리보다는 불공정한 법과 제도, 과보호, 단합된 힘, 부정과 결탁 등을 통해 낸 성과에 해당한다. 그들은 주로 재벌, 기업주와 임대사업자, 의사 등 전문직, 성공한 정치인, 관료와 교수, 공기업과 금융기관 종사자, 대기업 정규직 등이다.

사실 앞에서 ‘해결할 문제’라고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이 불평등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기여한 것보다 과다하게 가져가는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고 또 이들이 사회의 대부분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가 속해 있는 집단의 문제를 간과하고 남의 탓만 하고 있다. 툭하면 ‘재벌개혁’이 왕도인 것처럼 말하지만 재벌만 개혁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재벌은 불평등 구조의 최고 정점에 있고 숫자가 적다. 오히려 세상 천지에 즐비하게 널린 임대사업자, 전문직, 관료와 교수, 금융기관 종사자와 같은 하부구조의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 한 불평등 구조는 완화되기 어렵다.

‘하부구조’ 혹은 ‘하부구성원’의 개혁이란 각종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의 강화나, 복지강화를 통한 저소득층과 서민계층에 대한 소득이전 등의 제도적 문제가 아니다. 건물을 짓고 그걸 임대하는 게 저금리 시대의 가장 유능한 재테크라는 자본독점적 인식, 뭐니 뭐니 해도 공무원이 가장 안전한 밥벌이며 이들과의 연대가 생존과 자본의 증대·증식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의식, 전문직의 안정된 수입구조를 흠모하는 교육방향과 가치관의 개벽이 일어나야 한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상위의 시민으로 살고자하는 의식이 개조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불평등구조가 혁파 돼야 하는 것이다.

허태수 (성암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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