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눈에 잘 띄는 탓에 노란색은 그리 선호하는 색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은 언제 봐도 편안한 녹색계열이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내 눈에 보이는 색은 오로지 노란색이다. 노란 티셔츠에, 가방은 노란 리본을 주렁주렁, 노란 팔찌, 리본목걸이 등등. 외출할 때마다 챙기는 필수 액세서리들이다.

전에는 눈에 띄는 걸 싫어했지만 4.16 이후엔 스스로 눈에 띄기를 자처하는 삶으로 바꾼 것이다. 목적은 하나.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아는 것이다.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9명의 미수습자가 세월호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양은 자꾸 미뤄지고만 있고, 250명의 학생과 12명의 선생님이 한꺼번에 사라진 단원고는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라며 기억교실을 없애버렸고, 2년 전 46일간의 목숨 건 단식과 650만명의 국민서명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임에도 정부가 먼저 법을 어겨가며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로 문닫게 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상황에 나오는 건 한숨과 욕뿐이다.

이익을 위한 싸움이라면 ‘더러워서 못하겠다’고 손 털어버리겠지만 삶의 전부였던 자식의 죽음에 관한 거라 그럴 수 없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진실을 감추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 할지라도 어미인 나는 싸울 것이다. 적극적으로 감추려는 정부와 싸우는 것은 물론이고 ‘지겨우니 그만해라’ ‘나라경제도 생각해야지’ ‘니네만 피해자냐’ 등등.

그만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 싸움이 정당함을 알게 해줄 거고, 세월호참사를 이미 지나간 과거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노란 리본으로 시비를 걸 것이다. ‘당신은 세월호의 진실을 아십니까?’ 라고.

이렇듯 노란 리본, 노란 팔찌, 노란 리본목걸이 등 노란 액세서리는 착용하는 것만으로 많은 얘기를 한다. 이것이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약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야만적인 한국사회가 조금이라도 바뀌길 바라는 사람들은 노란 리본으로 그 마음을 표해줬으면 좋겠다. 노란 리본 하나 다는 것, 나의 작은 실천 하나가 가끔은 내 이웃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최순화 (세월호 유가족·단원고 故 이창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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