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꽉 막혀 오갈 수 없는 금강산이지만 모 언론사의 후원으로 금강산 곤충생태 조사를 수행 한 것이 세 번이었다.

3회에 걸쳐 수행한 외금강 지역의 세존봉·수정봉·해금강 지역, 그리고 관광객 피격사건이 나기 며칠 전인 2008년 7월 6일 내금강의 장안사터 지역에서의 탐사작업은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작업이었다.

짧은 시간과 카메라 장비의 통제로 기록이 수월치는 않았지만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남한에서는 볼 수 없는 곤충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으나 그러한 곤충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수년 전만 해도 강원도 내륙에서는 볼 수 없었던 큰주홍부전나비의 모습은 의외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내금강 지역인 장안사터에서 만났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었다. 깊은 계곡과 암석으로 이뤄진 지역이기 때문인지 많은 종류의 곤충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먹이식물의 분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해 본다.

세존봉 오르는 길목에는 아름드리 서어나무의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 북방계 곤충인 장수하늘소가 서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금껏 살아 있는 장수하늘소를 보지 못했지만 이곳에서라도 장수하늘소의 서식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금강 주변을 가득 메웠다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를 장수잠자리의 군무는 잊지 못할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촬영장비도 그렇지만 촬영은 긴 시간이 필요하니 촬영은 포기하고 넋 나간 듯 장수잠자리의 비행만 바라보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지금껏 생생하다.

장안사 터는 잡초가 무성해 나름 몇몇 종의 곤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법당으로 연결되었을 법한 돌계단에서 만난 산길앞잡이. 산길앞잡이의 커다란 눈과 날카로운 입을 보며 사천왕상을 떠올렸다. 곤충 중에서 포식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산길앞잡이는 개미를 비롯해 작은 곤충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유충기에도 땅을 수직으로 파고 들어가 지면과 머리 부분이 수평이 되도록 해 지나가는 개미나 작은 곤충을 순식간에 낚아채 굴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안사 터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곤충을 만나고 되돌아오는 길에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길은 언제 다시 열리게 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허필욱 (강원곤충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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