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1천만원 시대’라는 한 지도 10년이 다 됐다.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등록금은 지난 10년 동안 줄곧 인상돼 왔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부모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한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경쟁이 세기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대출과 휴학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독일에는 등록금이 없다. 2005년부터 국제경쟁력 강화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학기당 500유로(한화 약 75만원)의 ‘대학등록금제’를 신설했지만, 아예 실행하지 않은 연방주들이 많았고, 실행했던 연방주들도 차차 철회해 왔다. 한국의 대학등록금에 비하면 500유로는 비교적 적은 금액이지만, ‘부자들만 대학을 가란 말인가’라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강한 목소리에 지방정부가 교체되거나 기존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2014년 니더작센주가 마지막으로 대학등록금제를 폐지해 현재 독일의 총 16개의 연방주가 무상으로 대학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독일은 무상 대학교육을 실시하는 국가가 됐다. 대학등록금은 무료지만, 아무런 돈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학기당 약 300유로(한화 약 45만원)가 웃도는 돈을 내는데, 이 중에서 약 2/3분는 그 지역의 기차, 전철, 버스를 포함해 모든 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이용비다. 나머지 1/3분은 학생을 위한 법률서비스, 학생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이나 학생식당 등의 서비스 운영비 정도다.

무상 대학교육이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주된 장점이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 독일에도 대학 무상교육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대학진학률이 터무니없이 높아지지 않을까: 독일에서는 임금 수준이 학력 차이보다는 각자가 가진 기술에 의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 엄청난 학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대지만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40%대다.

▲무상으로 공부하면 졸업이 늦어지고 평균적 학업기간이 연장되지 않을까: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테레지아 바우어 교육부장관은 “학생들에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은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고,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보다 나은 일”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

▲교육재정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한 고소득자에게 높은 세금을 내게 하고 그 세금으로 대학을 지원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의 독일인은 소득의 45%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세금을 많이 내면 불평하지 않을까: 기성세대들은 교육을 잘 받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노후를 잘 책임지리라 믿는다. 젊은이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어 국가가 훌륭한 인재들을 더 많이 길러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독일의 대학생들도 ‘공짜로 대학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무상교육인 대신 독일의 대학교는 입학하기도 어렵지만 졸업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 비좁은 관문을 향해 세계 각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독일로 유학한다. 독일 내 한국인 유학생 수만 20만 6천여명(2014기준)에 육박한다. 이에 독일인이 세금을 내고 독일인 자녀가 교육기회를 놓치는 일이 생기다보니, 독일에 세금을 내지 않는 유학생들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아직까지 독일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외국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독일 혹은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에게는 비싼 등록금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타 국가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도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국가 안에서의 경쟁이 세계와 경쟁하는 구도다. 한마디로 독일 안에 세계가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 교육 받고, 독일을 신뢰하고, 독일의 우수성을 자랑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 전 세계에 포진돼 있다는 것은 놀라운 재산이다. 일단 독일은 정은비라는 영원한 팬이자 친구를 얻었다.”

대학등록금 때문에 독일유학을 상담하는 한국학생들을 자주 만난다. 일부 유학생들은 너무 외롭고 힘들어 못 견뎌하면서도 대학졸업장만 받으면 한국에 가겠노라며 학업에 대한 열정도 없이 버티기도 한다. 그들을 보며 독일인들은 안쓰러워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과 독일 사이에 다른 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대학을 대하는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와 대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기대하는 바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약 10년 만에 다시 무상 대학교육으로 돌아온 독일, 우리 사회가 꼭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정은비 시민기자
(베를린·타악기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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