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가 있지만, 가장 강촌다움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곳은 이요정(二樂亭) 터라 생각한다. 지난 가을을 생각하며 다시금 찾아본다.

이요정은 조선 후기 강촌 출신인 습재 이소응 선생과 직헌 이진응 선생 문집에서도 볼 수가 있다. 직헌 선생 유고집에는 다음과 같이 수록돼 있다.
“1881년 음력 6월 습재 이소응 선생이 정자를 지은 뒤 사촌형 직헌에게 기문(記文)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습재 선생이 이요정을 지은 터는 “춘천 봉의산 남쪽 북한강 물가 배일동(排逸洞; 게으름을 배척하는 마을) 입구 작은 산등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추정해 보면 옛 강촌역사 뒤편 언덕인데, 현 강촌2리 마을이장인 정재억 선생께서 답사를 통해 와편과 여러 흔적을 발견했다 한다. 이요정은 《논어》에 나오는 ‘仁者樂山 知者樂水(인자요산 지자요수)’에서 취한 이름이다. 산과 물, 두 가지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산을 오를 때는 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인간의 작음을 겸허하게 배우고, 물의 흐름을 보며 결코 맞서 싸우기보다는 돌아가고, 또한 가득 찰 때까지 기다렸다 넘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지혜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강촌에서 이요(二樂)를 할 수 있는 곳은 이 곳뿐이라 하겠다. 춘천에서 서울 쪽으로 가다가 등선폭포 입구에서 강촌을 바라보면 옛 강촌역 뒤로 마치 군대에서 기준병이 서 있듯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봉우리가 있다. 좌수봉(座首峰)이다. 지금은 강선봉(降仙峰)으로 불리고 있다. 강촌지역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봉우리다. 신선이 내려앉은 것 같은 이 봉우리가 이 지역에서 가장 높고, 사방을 조망하기가 좋은 자리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뱃길로 춘천에 올 때 둔덕진(屯德津; 강촌다리에서 의암댐 구간)을 지나며 삼악산과 좌수봉을 보고, 그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둔더리 강)을 보며 이요(二樂)의 즐거움을 시 한 수로 남겨놓았다.

이요정 터에서 바라보는 삼악산과 북한강의 모습은 지금도 감흥이 심상치 않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옛 선인들의 삶과 그 속에서 이루고자 했던 지혜는 지금도 강물처럼 유유히 우리를 깨우치기에 충분하다. 산과 강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언제나 태초의 그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이길 바랄 뿐이다. 편리를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어리석음에 가슴이 아프다.

한희민 시민기자(강촌문화마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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