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중국에서 생활했다. 공항에서 내려 기차로 5~6시간 달려가야 하는 지방도시라 한국인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한국 자동차만 봐도 반가워 눈을 떼지 못하곤 했으니, 가장 중국스러운 곳에서 생활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를 읽게 됐다. 물론 중국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모든 점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돼 있었다.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통해 역량 있는 작가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면을 고루 다루어 중국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더구나 객관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실록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는 7년 동안이나 중국에 거주했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정치적인 민감한 부분은 깊게 다루지 않고 살짝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라 약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중국인에게도 거부감 없이 읽힐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글을 썼을 수도 있다.

올해는 심각한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며 《풀꽃도 꽃이다》라는 책을 내 놓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을 다루었다고 해서 의무감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학교 현장을 제대로 짚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직업병도 발동했다. 결론은 역시 대단한 작가라는 점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라는 그림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작가는 《정글만리》에서처럼 우리의 교육현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대로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73세의 나이로 어떻게 이런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너무 진보적인 입장에서 썼다고 말할 것 같다. 반면에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너무 보수적인 입장에서 썼다며 아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작가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교육현실을 있는 그대로 물 흐르듯이 평이하게 기술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까지 친절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이 책을 교사, 학부모,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읽어보고 우리의 교육문제를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여기서 책의 목록을 몇 개 소개하자면 ▲나무는 왜 흔들릴까 ▲엄마가 없는 곳으로 ▲학교폭력의 뿌리 ▲자발적 문화식민지 ▲누구의 잘못인가 ▲풀꽃 같은 존재들 등이다. 목록만 보아도 어떠한 분위기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지 못할 흥미 있는 책이다.

 

김경신 (만천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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