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실] “먹을 가는 것이 곧 수행”
[작가의 작업실] “먹을 가는 것이 곧 수행”
  • 오동철 시민기자
  • 승인 2016.10.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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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궁체를 고집하는 꽃길 박무숙 한글서예가

한적하고 소박한 한옥 대청마루에 흰 모시한복 차림으로 붓글씨를 쓰는 단아한 모습. 누구나에게 그리움으로 남을 만한 기억의 한 조각이다. 박무숙 작가가 작품집에 적어둔 오랜 기억의 끄트머리로 작가는 이런 모습을 ‘한 순간도 잊어본 적 없었고 소중한 꿈이었다’고 했다.

박무숙 한글서예가. 김애경 기자

서예가로 평생을 살게 된 것은 작가의 타고난 운명이었을까? 작가의 조부는 향리인 충남 금산에서는 명성이 높은 한 학자인 심담(深潭) 박철하 선생이다. 남편을 따라 1983년 춘천으로 이주한 작가는 20대 때부터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결혼과 육아로 붓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도 먹과 붓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던 작가가 다시 붓을 잡게 된 것은 오히려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집중력과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서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서예를 그만두었지만 작가는 다시 잡은 붓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먹을 정성스레 갈고 하루 7~8시간씩 붓을 잡으며 서예의 도가 깊어졌다.

정자체인 궁체를 고집하는 작가는 1994년부터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출품을 시작해 1996년부터 입선 7회와 특선 1회를 수상한 실력파로 인정받았다. 2009년부터는 국전 초대작가로서 상당한 반열에 올랐다. 작가의 두 번째 스승인 유정 김명자 씨는 “글씨 공부의 수준을 가늠하고 향상시키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라며 첫째는 사사하는 스승에게 직접 첨삭을 받고 평을 듣는 방법이고, 둘째는 공모전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방법이고, 셋째는 작가로서의 작품세계를 개인전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펼쳐 보이는 방법”이라고 말하며, “꽃길은 이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충실히 실천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찬사를 보냈다. 작가의 첫 번째 스승은 벽강 조희구 씨였는데, 병환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유정에게 사사하게 됐다.

작가가 서예에 입문하게 된 것은 순전히 할아버지의 영향이다. 흰 모시한복을 입고 대청마루에서 붓글씨를 쓰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시절 작가에게 깊이 각인됐다. 할아버지의 영향은 작가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3살 위 언니는 한국화로 국전에 입선한 실력파 한국화가다. 자매가 동시에 국전 초대작가이니 그리 흔치 않는 이력이다. 고집스럽게 궁체를 쓰는 작가의 고집은 전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글씨를 먹을 갈아서 쓴다. 종이도 전통한지만 고집해 전라도에서 만들어져 인사동에 올라오는 한지를 작가가 가장 많이 사용한다. 작가는 한 작품을 시작하면 쉬지 않고 써내려간다. 1천935자에 이르는 관동별곡을 꼬박 이틀에 써내려가기도 했다. 대단한 집중력이다. 붓글씨의 특성상 쓰다가 쉬면 똑같은 글씨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재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한글서예의 저변 확대를 위해 후학들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춘천문화원 야간반과 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KBS 열린 강좌에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2강좌를 지도하고 있다.

한글서예에 대한 작가의 자긍심은 끝이 없다. 작가는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가 정이 많은 현실에서 외국인 유학생들과 다문화가정에 한글서예를 가르치면 그 자체로 국위선양이 된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싶다고 귀띔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먹을 가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작가는 “먹을 가는 과정이 곧 수행”이라며 묵향에 취해 먹을 가는 시간이 행복 하다고 한다. 작가가 개량 먹을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요즘 한글서예가로서 자긍심을 많이 느낀다. 올해 들어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수강생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퇴직자들이 주로 수강했는데, 젊은 수강생들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한글서예의 앞날이 밝다는 의미다.

작가는 본인 스스로 개인전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110여 회에 이르는 대부분의 전시회는 초대전이며, 6회째인 개인전도 모두가 초대전이다. 여러 차례 ‘우리글 먹빛 나들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해 이 주제가 작가만의 등록상표처럼 돼버렸다. 작가는 “서예를 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마음이 맑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예 자체가 예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남들보다 정갈한 마음과 겸손하고 맑은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는 것으로 들린다. 작가는 10월 5일부터 10월 22일까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잡지회관 지하 1층 M미술관에서 ‘우리글 먹빛 나들이’ 여섯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인 작가는 대한민국 한글서예대전 초대 작가, 세종한글서예대전 초대작가, 서울 미술협회 초대작가 등 다수의 수상경력과 대한민국 한글서예대전 심사위원(2012년), 대한민국 장애인 서예대전 심사위원(2013년) 등 다수의 심사위원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1년 제24회 춘천 예우회전(춘천미술관)을 시작으로 같은 해 동아미술대전 입선 전시(국립현대미 술관), 200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전시(국립현대미술관), 2005년 제39회 한국미술협회전(예술의전당미술관), 2009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전시(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등 110여회의 전시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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