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에서 자동차는 이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됐다. 아주 오래 전 대학원에 다닐 때, 미국 유학에서 막 돌아온 교통체계론 담당교수는 아침마다 콩나물버스에 시달리며 학교에 온 학생들에게 미국의 자가용체계에 대해 강의를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현실과 너무나 큰 괴리로 인해서 무슨 꿈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강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세대도 훌쩍 더 넘어버린 이야기라 오늘의 젊은이들은 상상도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당시, 콩나물버스라 표현하는 만원버스가 정류장을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 차장은 버스 문에 양 손으로 매달려 온 몸으로 승객을 안으로 밀어 넣고, 운전기사는 차안으로 승객이 쏠리도록 곡예운전을 했다. 차장은 순간적으로 이 기회를 포착해 버스 문을 닫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이러한 과정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이제는 버스보다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도로에는 여전히 버스와 승용차가 혼재돼 있고, 버스는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기 위해 차로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운행을 한다. 차로를 번갈아 가며 이동해야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도로 중앙에 위치시키기도 했다. 도로의 혼잡이 줄어든 만큼 사람들은 차로를 건너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어느덧 승용차 전성시대에 접어들었고, 승용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춘천의 공간적 특징을 보면 봉의산 남쪽 산록을 중심으로 시청과 도청이 위치해 있고, 이곳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도시공간이 도시의 중심지역이 됐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중심부는 여전히 도시의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인구가 시 외곽의 동부와 남부지역으로 확산 분포하게 돼 사람들의 이동은 외곽에서 중심으로 향하게 됐다.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도시계획으로 구획된 공간과 도로를 갖춘데 비해 중심지역은 조금씩 개선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예전의 공간 상태에 머물고 있다.

공간 구조면에서 보면 춘천의 교통체계는 남쪽에서 북쪽 방향의 중심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체제를 형성하고, 외곽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항상 병목상태의 혼잡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경우, 도심의 공간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하겠지만, 발달한 구도심을 보행자 중심공간으로 전용하는 등의 순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도시공간을 교통체계와 더불어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통 동선과 신호체계에 계층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춘천의 경우는 인구가 밀집한 동쪽에서 시작하는 동서축과 남쪽에서 시작하는 남북축을 고려해 이 양대 축에서 교차점을 찾아 주교차점, 부교차점 등의 계층구조를 갖게 하고, 교차점을 중심으로 하는 신호 연계체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한 예를 들면, 동서축과 남북축이 교차하는 교차점을 퇴계사거리, 석사사거리에 두고 이곳까지는 논스톱(non-stop)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연동시키는 것이다. 다른 남북축 교차점으로는 온의사거리와 남부사거리를 상정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교차점에서는 유턴, 비보호 좌회전의 대폭 확대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좌회전 차로를 확보하기 위해 설정하면서 만들어진 안전지대를 대기차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보할 필요도 있다.

특히 교통량이 적은 시 외곽의 경우는 유턴, 비보호 좌회전의 대폭 확대는 물론이고, 신호등을 폐기하고 정지선에 먼저 온 차량이 먼저 통과하는 방식인 포웨이스톱(4-way stop)제도의 도입도 권하고 싶다.

교통신호 체계만 잘 정비해도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도시공간의 접근성 개선과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살기 좋은 명품도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숲과문화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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