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실] 화가 임영옥, 야생화에서 ‘고원’으로!
[작가의 작업실] 화가 임영옥, 야생화에서 ‘고원’으로!
  • 춘천사람들
  • 승인 2016.10.0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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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놀림 분주한데, 새소리에 마음 홀리네”

“시간은 무심하고 붓 놀리는 손끝은 분주한데, 뒷마당에서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려와 잠시 분주하던 손을 멈추며 그 소리에 마음을 홀려버리네.” - 작업노트 中

발에 밟힐 듯 제대로 눈길 주지 않으면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앙증맞은 야생화. 노루귀, 복수초, 현호색, 금낭화…. 추운 겨울을 힘겹게 이겨낸 가녀린 생명들이 언 땅을 비집고 가느다란 목을 내밀 때의 설렘은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임영옥 작가는 남들이 느끼기 어려운 가녀린 야생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서양화가다.

춘천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한 임 작가는 고2 때 그림을 그리겠다는 결심으로 서울 유학을 결정했다. 서울에 있는 예술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도 불사한 임 작가는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다. 피아노를 배워 음악발표회에 나가면서 자신의 적성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대학 진학을 고민하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고2 때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춘여고 미술반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며 서울의 미술학원을 다녔다. 서울여대를 진학하고 싶었는데 낙방했다. 재수를 하는 동안 김대영 화가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웠다. 그렇게 1년의 노력 끝에 서울여대 서양화과에 합격했다.

대학 때는 아크릴 작업을 위주로 했고, 과제에 충실한 학생이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전액 장학금으로 다닐 만큼 수업에 충실한 ‘범생’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춘천에 돌아와 10여 년을 아이들을 가르쳤다. 되돌아보니 그 시간은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끌어내는 시간이었다. 집중력이 길러진 시기도 그때였다. 지금도 친한 이담 서숙희 화가로부터 미술단체 가입을 권유받고 수채화를 시작했다. 1년을 수채화를 하고 1년여를 아크릴 작업에 몰두했다.
2년여의 시간이 지나 유화를 하며 지금의 화풍이 만들어졌다. 마흔 살을 넘기며 전시회를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이담 서숙희·조임옥 화가가 함께 김시습을 테마로 작업한 ‘춘천10경’전이다. 임 작가는 전시를 할 때마다 춘천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3번의 개인전을 모두 춘천을 테마로 작업을 했다. ‘캠프페이지가 떠난 춘천의 색채’, ‘춘천의 다리를 걷다’가 그것이다. 서면의 외딴 골짜기로 이사를 하며 공간이 생기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그동안 야생화 작업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야생화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자연과 공간을 표현하고 싶다.

태백 고원 해바라기밭, 운두령 감자꽃밭(2016) 작가는 11월에 큰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작업에 몰두하던 춘천에서 벗어나 강원도의 자연과 공간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에 강원도의 고원을 주목했다. 그래서 기획된 전시가 11월18일 개막되는 ‘강원의 고원’전이다. 고원전에는 그동안 강원도를 여행하며 접했던 강릉 안반데기의 배추밭, 태백 고원 해바라기 밭, 평창 운두령의 감자꽃밭, 대관령 고원, 평창 봉평 메밀꽃밭 등을 돌아보며 느낀 감동을 담았다. 분지인 춘천에서만 살아왔던 작가는 강원도의 산간지역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서 새삼 위대함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한다.

‘강원의 고원전’을 준비하면서 고원 주민들과의 소통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안반데기 작업을 하며 그림을 본 주민이 소장하고 싶다며 강릉에서 서면까지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마을주민들의 ‘이방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동안 그린 그림 중에서 애착을 가지는 작품을 선택해 작품노트를 만들어 고원지역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려고 한다. ‘고원’전은 고원을 테마로 그린 작품 30여점과 춘천의 풍경전에 출품했던 작품, 야생화전에 냈던 작품들을 병행해 전시한다. 11월 1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면에 있는 ‘갤러리 툰’에서 개최된다. 개인전이 끝나면 12월 6일부터 16일까지 한림대 도서관에서 기획전시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작가는 3년여 정도 개인전을 쉬며 집을 예쁘게 꾸밀 생각이다. 올봄 이사를 하며 아직 집이 정리되지 않았고 농촌에서의 생활도 아직은 적응이 덜 됐다. 집 꾸미기가 끝나면 작가가 사는 서면을 테마로 한 기획전시를 준비하고 싶다. 작가는 이제 틀을 벋어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올봄부터 ‘춘천다움’이라는 예술인들의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놀고, 먹고,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그 속에서 춘천만의 색깔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농촌생활과 작업의 절정기를 지나며 욕심 때문에 몸은 힘들지만 행복감은 훨씬 커졌다. 그 행복감을 기반으로 조금 더 내면의 깊이를 끌어내는 작가로 남고 싶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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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옥 작가는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여고와 서울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으로 2014년 ‘캠프페이지가 떠난 춘천의 색채’와 2015년 ‘춘천의 다리를 걷다’를, 단체전으로 강원미술한마당, 가을에 만나다전, 한강살가지전, 보내고전, 강원미술시장축제, 김시습의 춘천10경전, 강원의 인물전, 춘천다움 창립전 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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