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아름다운 토기문화가 발달했다. 이 기술은 비가 새는 초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와로 이어졌다. 기와의 끄트머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암막새와 수막새다. 기와골은 암막새가 되고 도드라진 부분은 원형의 수막새로 마무리 한다.

이 중 수막새를 와당(瓦當)이라 한다. 와당은 처마 끝에서 기와가 떨어지는 것을 보호하고 미관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와당에는 또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기원과 소망이 깃들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천 년 만 년 영원하기를[千秋萬歲], 오래도록 즐거움이 끝이 없기를[長樂未央], 오래 사는 것이 끝이 없기를[長生無極]’ 등의 길상문(吉祥文)과 수많은 상서로운 짐승과 십장생(十長生), 도깨비의 문양과 연꽃무늬를 비롯한 다양한 문양이 찍혀있다. 이는 틀을 만들고 그 틀에 찍힌 진흙의 모양이므로 인장으로 말하면, 인장을 진흙에 찍어 놓은 봉니(封泥)와 같은 표현방식이다.

중국 청나라 말기의 오창석은 봉니와 와당의 선질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전각에 새로운 선질을 도입했다. 기존 전각의 선질이 매끈하고 쪽 빠진 것이었다면, 봉니나 와당의 선질은 반죽된 흙이 틀 속에 밀려들어가면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불연속 선상에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선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전각이 인장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회화와 조각, 그리고 판화의 예술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를 전각계에서는 고졸(古拙)하다고 표현했다.

지금도 천 년이 넘는 고찰에서 기와의 파편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와면과 암막새, 와당의 문양은 현재의 미감으로도 대단히 아름다운 것이 지천이다. 덧붙여 말한다면 오래된 기와는 사용된 진흙이 고운 것이 많아 단면을 갈아 평면을 만들고 그 위에 전각을 하면 훌륭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고찰을 찾았을 때 우연히 폐기와를 보게 돼 그 속에서 전각에 활용할 수 있는 문양과 재료를 얻을 기회가 얻게 된다면 고찰 방문의 색다른 흥미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원용석 (한국전각학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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