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인형극제’의 산증인 배영규 인형극 예술감독 25년 동안 아이들과 소통하며 ‘꿈’을 심다

아이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끈 인형들의 잔치 ‘제28회 춘천인형극제’가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5일 간 축제장을 방문한 인원은 약 4만5천명, 직접 공연을 관람한 인원은 2천5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인형극제에는 공식초청작 13개 팀, 자유참가작 11개 팀 등 총 24개 팀이 참가했다. 1989년 처음 시작된 인형극제가 이제는 청년을 넘어 장년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춘천인형극제’를 통해 춘천은 전국적인 인형극의 메카로 떠올랐다.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형극 관련 작가들은 어떤 이들일까? 1991년 창단해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무지개 인형극단’의 배영규 예술감독이 떠오른다. 원주 강의를 마치고 오후 늦은 시간 춘천에 돌아온 배영규 감독을 만나 인형극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김애경 기자

배 감독은 1959년 홍천에서 태어나 강릉대 미대 조소과를 다녔다. 춘천민예총 미술협회장인 길종갑 화가의 선배다. 미대를 마치고는 서울문화예술대학에서 ‘연극예술학’을 전공해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다. 1991년 ‘춘천무지개인형극단’을 창단해 대표를 지내고, ‘춘천인형극제협의회장’도 역임했다. 춘천 인형극의 산증인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배 감독은 “인형극은 태초부터 있었다. 아담과 이브 때부터 인형극은 있었고, 인형극이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의 인형극은 교육적이고 계몽적이며 예술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술을 가미한 심리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인형극의 시작은 중국의 그림자극에서 시작됐다. 미술, 연극, 문학이 망라된 종합예술이다. 1991년 무지개 인형극단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손가락 인형극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주로 손가락 인형극을 한다. 줄 인형극이 있지만 줄 인형극은 섬세하고 조종틀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 자주 하지 못한다. 처음 무지개 인형극단이 만들어질 때부터 춘천에는 무지개 인형극단을 비롯해 꿈동이 인형극단, 춘천교대 인형극 동아리 등 5~6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인형극단은 대부분 5~6명의 단원이 활동하며, 많은 인원이 필요할 때는 객원형태로 인형극을 공연한다.

배 감독은 1991년 유진규 감독이 창단한 ‘예맥’이라는 예술단체에 참여하며 예맥 산하 무지개 인형극단으로 춘천 인형극에 뛰어들었다. 극단 예맥 창단공연으로 <어린왕자>를 함께 했고, 1991년 5월 5일 춘천시 어린이회관 대극장에서 무지개 인형극단 창단공연 <와! 재미있는 인형극이다>를 공연했다. 우리나라 초기의 인형극은 1990년대 초반의 10여년 간은 춘천에서만 인형극이 알려졌었다. 그런 문제로 공연장이 없고 공연을 할 기회가 적어 초기 2~3년 간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어려움을 타개하고 인형극을 알리기 위해 1992년부터 전국으로 공연을 확대했고, 강원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순회공연을 했다. 군 단위, 면 단위 공연 등을 통해 저변을 넓혀갔다.

1997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문화정책이 변하고 예산이 늘어나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동안의 인형극 공연은 주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관객은 무료로 공연을 관람하는 형태였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는 어린이회관에 상주하며 ‘춘천무지개 인형극장 개관 및 상설공연’을 10년간 했다. 1997년부터는 ‘솔방울 어린이 인형극단’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홍천문화예술회관에 공연장 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단체로 선정됐다. 2013년에는 그리스 킬키스에서 개최된 국제 인형극제에 초청돼 은진미륵 속 쥐의 이야기인 <쥐의 사위 삼기>를 공연하기도 했다.
무지개 인형극단과 배 감독은 요즘 교육적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올해 인형극제에 무지개 인형극단은 <간을 빼앗긴 늑대>를 공연했다. 이 작품은 이솝우화를 각색한 공연으로 동물 인형들을 의인화 해 요즘 학교에서 문제되는 ‘관계맺기’에 대한 주제를 전달하는 인형극이다. 인형극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인형 등의 모든 소품을 직접 제작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인형극단은 미술, 연극, 문학, 음악 등의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다.

무지개 인형극단은 춘천에 인형극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춘천인형극제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다. 그런 활동을 인정받아 춘천시장표창을 받은 바 있고 오랫동안 문화소외지역 및 계층을 위한 공연과 교육활동을 지속해온 공로로 강원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토요꿈다락’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을 수행해온 공로로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 감독은 학교나 유치원을 찾아가서 공연하는 현장공연 외에도 학교파견 예술강사 활동을 하며 어린이들에게 인형극 기술을 가르쳐 직접 무대에 세우는 일도 하고 있다.

배 감독은 춘천의 지역색과 관련해 조심스럽지만 전통적인 지역색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이런 측면에서 수도권과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은 질 좋은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 만큼 수도권 문화 예속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춘천인형극제가 28회를 맞으며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인형극제인데, 극장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나쁜 점은 문제다. 어린이회관에서 할 때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어렵다. 손쉽게 접근하는 인터넷과 게임의 범람 등 어린이들의 감성이 메말라 버렸다는 상황도 인형극제에는 도전이다. 50을 넘은 나이에도 어린 시절의 햇님달님 이야기를 기억하는 어른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인형극을 통해 감성을 살려주는 일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크게 튀지도 않지만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인형극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동철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