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 ‘다자연식품’

“점차 성장해 가면서 ‘다자연’에서 생산하는 물품이 20여 가지나 되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공장에서 피자도 굽고 국수도 9가지 종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일도 했다가 저 일도 했다가 동분서주 했지요. 욕심을 부린 겁니다. 일의 능률도 안 오르고 적절한 제조환경을 만들어가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제품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다자연식품’ 직원들.

김 대표는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기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해 상품의 질과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래서 일을 나누기 시작했다. 사업영역 분리와 새로운 사업조직 인큐베이팅을 추진했다. 국수를 잘 만드는 곳에 국수생산을 맡기고, 피자를 잘 만들 수 있는 곳에 피자를 맡기는 것이다. 김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적중했다.

“들살림, 선유, 행복한 빵가게, 하평들공동체, 이설당한과협동조합 등이 다자연식품에서 지원해 분리, 육성된 기업들입니다. 모두 다자연식품이 하던 생산라인을 분리해 독립시킨 회사들이지요. 초기 기술개발 등 다자연식품이 있었기에 설립이 가능한 사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다자연식품은 강릉지역 사회적경제조직 육성을 지원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자연식품’ 사옥 전경

그러나 ‘선택과 집중’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결단이다. 가진 것을 쉽게 내놓지 않으려는 세태다. 더 많이 모으고 키워서 나만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논리고 현실적 기업논리다.

“사회적경제는 작은 경제를 지향해야 합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서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래 가는 길입니다. 또 하나는 상생입니다. 나누고 베풀어 같이 성장하고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어요. 선택과 집중은 오히려 다자연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난 해 다자연식품은 또 한 번 도약을 위해 준비를 마쳤다. 노후 된 시설을 보수하고 개선하는 공사를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생산을 위한 확장공사는 아니었다.

“저희는 자동화를 안했습니다. 3~4억 원이면 될 것을 자동화한다고 10억 원 이상 투자합니다만, 만두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부재료를 기계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일일이 사람이 확인해야 합니다. 만두 만드는 일도 숙련도를 높이면 오히려 원가경쟁력도 높아집니다. 자동화를 안 해 투자비 적게 들이고 사람을 많이 채용할 수 있으니 좋은 일 아닙니까?”

김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생산성이 두 배 정도 높아졌다고 한다. 숙련도도 중요하지만 청소라든지 그 밖의 공정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주효했다. 공정개선을 위해 인센티브제도 운영했다. 물품개발을 공모해서 시상하는 제도도 운영했다. 근로자 스스로가 춤추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결국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이’보다 ‘알맞은 생산’과 ‘나누고 협동’하는 것을 택했다. 지역살림 정신으로 시작한 사업이기에 더더욱 수익창출보다는 이러한 가치실현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 중심에‘사람중심’의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서 ‘사람의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하는 일을 더 늘리려고 자동화와 높은 생산성을 포기했다. 그러나 그의 사람중심 경영철학은 오히려 더 나은 생산성, 지속가능한 경영의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이 중심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원리가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또 자활기업도 사업적 성공 가능성과 더불어 기업 간 ‘협업’을 통해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김 대표는 ‘다자연’을 통해 분명히 보여주었다.

원응호 시민기자 (강원도광역자활센터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