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법은 1979년에 주차장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해 자동차의 교통을 원활하게 하고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이래 10여 차례 이상 개정됐다. 주차장법은 전문 32조와 부칙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있다. 주차장은 현대 생활과 더불어 필수 설비가 되다보니 이렇게 법으로 정하고 생활환경의 개선과 자동차의 발달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사항을 수정해 왔던 것이다.

조경학을 공부하면서 설계에 주차장을 그려 넣었지만, 주차장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선 것은 1986년 강원대 조경학과에 부임해 지금은 춘천시에 편입된 춘성군과 춘천시의 건축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기억으로는 당시 아파트 건축 심의에서 가구당 0.4대로 돼있는 주차장 계획을 보고 적어도 주차면은 가구당 1대로 계상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담당 공무원은 법률에 정해진 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법적인 측면에 문제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위원회에서 검토가 필요한가”, “위원회에서 필요하다면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아파트는 콘크리트 건물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내구연한이 100년인데, 앞으로 100년간 가구당 0.4대의 주차공간으로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 하면서 열을 올렸었다. 법에서 정한 대로 했다는데 더 이상 문제를 삼을 수는 없었다. 그 후로 법으로 정한 가구당 주차면은 찔끔찔끔 늘어났는데, 1990년대 말에 사업성을 고려한 아파트 사업자는 과감하게 가구당 1.5대 이상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런 아파트는 아직도 선호가 높은 단지가 되고 있다.

주차면이 모자라는 불편은 한국사람 특유의 적응력과 자동차의 기어를 중립에 두고 이중으로 주차를 하는 편법 활용으로 금방 잊혀지고, 주차면의 부족은 무감각하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기어 중립은 자동차가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매우 위험한 것이고, 이중주차로 인한 구급차, 소방차 등의 응급차량의 진입장애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 응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전은 전혀 안중에 없다. 어떤 경우라도 안전이 제일인데, 안전은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일반 인식이다. 현재도 수많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차는 큰 문제인데, 도외시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에 주차면의 노폭을 2.3미터에서 2.4미터로 넓혔다. 차량이 커지고 옆 차량에 훼손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노폭을 10센티미터 넓힌 것이다. 실제로 주차면의 노폭은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 처음부터 2.5미터 이상이어야 하는 것인데,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역시 찔끔찔끔 개선해 불편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주차장의 운용 면에서도 개선할 점이 있다. 장애인용 주차장의 경우는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옳다. 그렇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은 사실상 사용빈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비어 있기 일쑤이고, 급한 사람이 법을 위반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단으로 사용하는 유혹도 받는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우리보다 높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장애인용 주차면은 노폭이 다른 주차면 보다 넓기 때문에, 많은 경우 차폭이 넓은 밴과 같은 차량에게는 짧은 시간 주차를 허용하고 있다. 주차장을 현명하게, 현실적으로 운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의 주차장은 생활인뿐만 아니라 외지 방문객에게도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에서는 어느 한 공간에 대단위 주차장을 만들기보다는 차로 변을 중심으로 해서 주차장을 분산 배치해 도시공간의 개방성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숲과문화연구회 회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