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초롱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1902년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돼 금강초롱이란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향노봉, 금강산을 거쳐 함경남도에서도 자라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최근에는 경기도 가평군 명지산에서도 채집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금강초롱속(Hana busaya)에는 금강초롱 말고도 평안북도와 함경남도에만 자라는 검산초롱꽃(H. laties pala)이 있다.

1902년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때 처음으로 금강초롱이 일반인에게 알려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금강초롱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다.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교수가 금강초롱을 발견한 후 1909년 처음으로 국제 식물학회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나카이는 처음 학명 등록 시 기존의 심판드라(Sympan dra)속(屬)에 속하는 새로운 식물로 발표했지만, 2년 뒤 금강초롱꽃이 속하는 새로운 속인 ‘금강초롱꽃속’을 만들어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금강초롱의 학명 하나부사야는 초대 조선총독부 공사의 이름으로 나카이가 하나부사야를 기리기 위해 학명에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에 침략자 일본공사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은 역사적 수치라 아니할 수 없다.

금강초롱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식물들은 우리나라 학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 일제감정기에 일본인이 등록했기 때문이다.

금강초롱은 우애 좋은 오누이의 전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특산으로 경기북부 이북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야생화 마니아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자생지로 알려진 화악산과 명지산 등 고산지대에서도 개체수가 급격이 줄고 있어 문제다. 보는데서 만족하지 못하고 채취해 가는 이기심 때문이다. 이외수 작가가 “우리가 이름 모르는 모든 풀은 잡초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관심을 가지면 아름다운 꽃이고, 모르고 지나치면 그냥 잡초다. 사람 사는 세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동철 (숲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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