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정원감축은 값싸게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
“자유로운 사고 막는 국정교과서는 안 돼”

최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사태로 ‘이게 나라냐’는 자조섞인 한탄과 더불어 전 국민적인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강원대 교수평의원회 의장인 역사교육과 원정식 교수를 만나 역사학자로서, 대학에 몸담고 있는 지식인으로서, 또 춘천의 지역주민으로서 현재의 시국상황 및 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강원대 교수평의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원정식 역사교육과 교수. 

대학에 있으면서 강의와 연구로 바쁜 와중에도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고 들었다. 춘천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춘천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고향은 영월 주천인데, 1978년에 강원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하면서 춘천과 인연을 맺게 됐다. 춘천은 축복받은 도시다. 강원대만 해도 780여명의 교수가 있고, 한림대와 춘천교대, 기타 대학을 포함하면 인구 30만의 도시에 이보다 더 좋은 교육 인프라는 없다. 강원대만 해도 전공이 80여개다. 박사급 전문가가 그만큼 여러 분야에 포진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지역사회가 잘 활용하면 그 잠재력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춘천은 근대도시다. 1900년대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현재 지역주민의 인구구성을 봐도 다른 지역의 인구들이 유입돼 융합을 이루는 곳이다. 강원대 교수 중 모교 출신은 20% 정도고 나머지는 타 지역 출신이다. 이들을 잘 엮으면 보편적 문화를 이룰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학의 전문인력이 주도적으로 지역문화에 기여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을 이끌어간다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리더십의 문제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할 때 구심체를 형성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엮어내야 한다고 본다. 사실 교수들은 아쉬울 게 없는 사람들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 먼저 적극적으로 그들을 이용해야 한다. 주민이나 지자체에서 먼저 중요한 의제를 던지고,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하고, 아이디어나 지식 등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필요한 것을 구체화시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중심을 잡고 이끌어갈 리더십이 없다. 현안문제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춘천이 어떤 도시가 돼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걸 구체화시키는 동력이 필요하다.

지역과 대학이라는 공생적 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최근 대학 구조조정 문제는 지역에서도 관심이 많다. 교수평의원회 의장으로서 정원감축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남다른 고민이 있을 것 같다.

고민이 많다. 전국의 국립대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국립강원대학교에 강원대의 존재이유와 위상이 다 들어 있다. 국립이니 국가에 이바지해야 하고, 지역대학으로서 강원도와 함께 해야 하고, 대학이니까 보편적 가치나 진리 탐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현재 60~70%의 학생이 수도권을 포함한 타 지역 출신이다. 이들이 지역사회에 지닌 경제적 영향이 대단하다.

정원감축은 2018년부터 향후 3년 동안 12% 정도로 잡혀있다. 국립대 정원감축은 반대한다. 부실 사립대 문제부터 정리해야 한다. 국립대 정원감축은 국민들 세금으로 비교적 값싸게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복지차원에서라도 오히려 지방 국립대 역할을 강화시켜 줘야 한다. 우리나라 국공립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주립대가 7~80%, 유럽은 거의 100%, 일본도 70% 이상이 국공립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요즘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그야말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역사학자로서 어떻게 진단하고 평가하는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어떤 국가나 조직이든 공공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몇몇 힘 있는 사람이 끌고 가면 반드시 망한다. 중국사 전공자로서 망하는 경우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지도자가 해야 할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이 농단하게 돼 있다. 처음부터 공식조직에 의거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검증하고 평가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동아시아 권력이 다 그렇다. 절대 권력화 돼 있다. 일본이 그렇고, 중국이 그렇다. 절대권력 하에서는 절대부패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고민을 함께 하며 공동체를 이루어온 전통이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구 망가지니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4대 민주화를 말한다. 가정의 민주화, 학교의 민주화, 직장의 민주화, 정치의 민주화가 그것이다. 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의식이 습관으로 배어 있어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곧 공개한다고 한다. 여전히 국정교과서 폐기 의견이 높은데, 역사교수로서 한 마디 해달라

우리 역사교육과 교수들이 모두 반대 서명을 하고 활동도 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국정화하면 안 된다. 자유로운 사고가 이 나라의 먹거리이고, 생존권이고, 미래를 결정한다. 전근대사회도 왕조 말에 일방적으로 통치하다가 다 망했다. 이 글로벌시대에 어느 하나의 답을 가지고 학생들의 머리를 규정하겠다는 것은 우리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역사학은 가장 철저히 근거에 입각한 학문이다. 그것을 획일적인 가치로 몰고 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구성원의 힘을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모아가려는 절차를 포기했기 때문에 지금 위기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민주적이지 않으니까 투명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워낙 능력 있는 민족이니까 기대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제대로 주인노릇을 하고, 힘을 모으면 아무리 작은 기업도 커질 수 있고, 아무리 어려운 난국일지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진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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