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나를 책임지려 하거나 나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으면서…내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줄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이해해주면, 나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칼 로저스

 

 


비폭력 대화에서 ‘공감’이란 마음을 비우고 우리의 전 존재 자체로 상대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듣는 것을 말한다.

인간관계에서 공감을 할 때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곳에 같이 있어주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각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판단, 추측, 안심시키고 싶은 생각, 조언하고 싶은 생각을 모두 내려놓고 존재로 그곳에 같이 있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충분히 공감을 받으면 상대는 그 스스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내거나,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이 생긴다.

어느 가정의 명절날이었다. 제사를 지내고 오후가 돼서야 가족에게 휴식이 찾아왔다. 외아들부부는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거실에는 시어머니와 아들부부의 초등학생 자녀가 있었다 한다. 갑자기 와장창 소리가 나 거실로 아들 부부가 나가보았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청소기를 거실바닥에 내리치며 화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금방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자 부인은 아이들을 데리고 우선 밖으로 나가고 남편은 어머니를 진정시켰다고 한다. 밖으로 나간 엄마와 아이들. 큰아이는 “엄마 이번일은 모두 할머니 잘못이야. 난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이일은 할머니 잘못이 100프로야”라며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고 있었다. 둘째아이는 그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한 시간여가 지나고 전화가 왔다. 상황이 괜찮아졌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라는 남편의 말이었다. 며느리는 마음속으로는 시어머니를 비난하면서 어떤 표정으로 시어머니를 봐야 하나 고민을 하며 시댁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집으로 들어가자 현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약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시어머니가 보였지만 측은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에 미운 맘과 비난을 억지로 감추며 현관에 서서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때 둘째 아이가 신발을 벗고 할머니에게 걸어가더니 말없이 ‘꼬옥’ 안아드리더란다.

공감은 이런 것이 아닐까?

옳은 일, 그른 일 저 너머에 들판이 있네. 나는 당신을 거기서 만나리. - 시인 루미

 

 

 

 

이승옥 (비폭력대화 전문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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