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때문에 아이들과 맨날 싸워요!”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힙니다.”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고민 1순위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이다. 나는 청소년지도사라는 일의 특성상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문제에 관하여 많은 질문과 상담을 받고 심지어는 강연요청을 받는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공부 잘하는 비법을 묻는 질문과 같은 맥락의 것이다. 솔직하게 나 역시 아들이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는 동네 오락실과 만화방이 청소년 탈선의 주범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중독과 함께 컴퓨터게임 중독이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대두됐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제는 스마트폰 중독이 중요한 청소년 문제가 됐다. 그러나 게임중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비록 비행 청소년들의 문제이기는 했으나 본드와 가스가 청소년의 심각한 문제였다. 이제는 본드나 가스를 하는 청소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위 비행 청소년들이라고 하는 아이들에게도 인터넷 중독과 게임중독이 심각하다.

이렇듯 우리 청소년들은 무엇인가에 빠지기 쉬운 존재다. 이들이 생산적인 일에 몰입하면 스티브잡스처럼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고, 자극적이고 단순한 것에 빠진다면 중독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무언가에 몰두하고 미쳐보고 싶다. 그래서 연예인도 좋아하고, 춤도 좋아하고, 노래도 부르고,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하루 종일 수다도 떨곤 한다. 물론 그것이 공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바람이지만 원래 인간은 자기가 재미없는 것에 몰두하기는 쉽지 않다. 재미없는 것은 그냥 노동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친구들과 놀 시간이 있는가? 스마트폰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시간을 잡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만나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돈을 쓸 수 없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축복과 같은 물건이다. 이 물건으로 친구와 대화도 하고, 서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고, 같이 게임도 할 수 있다. 같이 만나지 않고도 말이다. 시간과 돈이 없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수단인가? 더군다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잔소리 하는 부모로부터 벗어나 혼자 놀고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들 역시도 이렇게 노는 것이 최선의 즐거움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아이들도 직접 만나서 같이 노래하고 같이 게임하고 같이 운동하고 싶다.

자, 이제 이쯤 되면 여러분도 눈치 챘을 것이다. 우리 자녀에게서 스마트폰을 빼앗는, 혹은 스마트폰으로부터 훨씬 자유롭게 해주는 방법 말이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교육도 필요하지만 친구와의 놀이가 필요하다. 청소년은 친구와 즐겁게 놀면서 자존감과 사회성, 창의력 등 많은 부분들이 발달한다. 부모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오히려 공부할 때보다 즐겁게 놀 때 청소년들의 뇌가 더욱 발달한다는 연구논문도 수두룩하다. 결론은 스마트폰을 뺏거나 사용량을 줄이려면 우리의 자녀들이 친구를 만나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현실에서 이게 가능한가? 결국 신념과 용기, 실천의 문제다. 조금 불안하더라도 남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신념, 경쟁사회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용기, 그리고 우리가 깨달은 것처럼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험과 기회를 주는 실천력.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우리 청소년들은 청소년수련관에 와서 신나게 놀고 있고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모습이다. 공부 안 하고 뭐하고 있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지난 7년간 우리 수련관을 밥 먹듯이 이용하며 즐겁게 놀고 배웠던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서 사회구성원으로서 훌륭히 역할을 하고 있다. 자, 이제 여러분의 고민이 풀렸는가? 아니면 고민이 더 늘었는가?

이원영 (청소년수련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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