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모녀의 행방 때문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사건 속에서 모녀가 사들인 슈미텐의 브란델 호텔 인근 이웃이라는 옆집 노인이 워드로 직접 출력한 일지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그의 일지는 ‘수상한 이웃’에 대한 기록이었다. 게다가 이 ‘수상한 이웃’의 좁은 별채 공간에서 갓난아이와 개 15마리와 고양이 5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이 불결한 생활을 걱정해 신고해 최순실 모녀는 독일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정확한 기록과 철저한 신고정신! 아,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가 보다!’

베를린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를 스토킹 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것은 구애가 아니라 폭력이었다. 부서져라 두드리던 우리 집 문과 창문이 정말로 부서졌다. 독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나는 독일어도 잘 못했다. 그런데 경찰들이 들이닥쳐 상황을 정리했고, 스토커는 제압돼 접근금지령을 받았다. 경찰서에서 경찰은 네 개의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여기에 아는 번호가 있냐”고 물었다. 모두 모르는 번호였다. 경찰은 이 전화번호들이 모두 내 사건을 경찰서에 신고한 것들이라고 했다. 예의와 친목을 강조하던 한인들에게 수없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작 불의의 순간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독일 이웃들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데 말이다.

더 직접적으로 놀라웠던 일은 뉘른베르크에서였다. 기차역에서 누군가가 내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댔다. 잽싸게 그 손목을 낚아채 비틀어버리자 소매치기는 “아무 잘못 없는 나를 아시아여자가 위협한다”며 소리쳤다. 실랑이가 벌어지자 철도경찰이 달려왔다. 소매치기는 계속 거짓말을 했지만, 주변 독일인 남성들이 다가와 자기가 목격자라며 “소매치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소매치기는 도망쳤고, 그의 인상착의와 말씨를 정확히 기재한 경찰은 그가 곧 잡힌다고 장담했다. 뉘른베르크에 살지 않는 나를 대신해 목격자를 자처한 전원이 흔쾌히 자신의 신분과 연락처를 경찰에게 넘겼다.

이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 주변 독일인들에게 내 두 경험과 ‘수상한 이웃’에 대해 노인이 남긴 일지를 설명하고 이유를 물었다. 그들의 모든 대답은 “그냥”이었다. 말 그대로 ‘그냥’ 그래야 하기에 증언하고 신고하는 것이란다. 독일인이라면 대부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웃의 사생활을 침해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독일인들에게 ‘그냥’이라는 대답을 듣고도 계속해서 “‘그냥’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유를 말해보세요”라고 집요하게 물었다. 그들은 빠른 신고가 늦은 신고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가능한 대로 수사에 협조하는 것도 독일국민이 할 일이라고,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도 누군가가 신고하고 증언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누군가는 최순실 모녀의 이웃인 독일인 노인이 자신의 기억력에 대한 염려로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도 했고, 전쟁과 분단을 겪은 독일이 낯설고 수상한 이웃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도 했다.

‘사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 증언과 신고하는 것’이기에 귀찮아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는 제 아무리 대통령 위의 최순실이라도 기록 당하고 신고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은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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