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전인학교 동북아 탐방 프로젝트 소개 2탄은 아이들의 글로 이어가려고 한다.

백두산을 내려와 우리는 고구려의 옛 도읍지 집안과 환인으로 향했다. 말로만 듣던 광개토대왕비를 직접 보는 감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교과서에서 적석총이라고 배운 장군총은 육중한 돌의 크기와 무게감에 당시 고구려의 위세를 실감케 했다. 무엇보다 집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 이유였던 고구려 벽화와의 만남, 오회분 5호묘. 경주와는 확연히 다른 고구려의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들이마셔 보았다. 이곳에 살았던 그 분들이 우리의 선조인데….

아이들도 흥분돼 있었다. 자주 볼 수 없었던 그 흥분은 이제는 중국 땅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으로 변하더니, 고구려성이 분명하다는 박작성이 중국의 만리장성으로 둔갑해 있는 현장에서는 급기야 분통으로 터지기도 했다.

광개토대왕비를 돌아보면서 ‘이야아~’ 라는 감탄사를 계속 내뱉었다. 주따거는 광개토대왕비에 일제에게 불리한 내용이 적혀 있어 회칠을 했다고 설명해했다. 파괴된 광개토대왕비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 용아린(중1)

석실로 들어가면 어두워서 벽화가 잘 보이지 않아 가이드가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설명해 주셨다. 벽화는 환상적이었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신사임당의 초충도나 김홍도의 씨름도보다 훨씬 잘 그린 것 같다. 세부적인 묘사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특히 수레바퀴 신이나 박물관에서 본 4호묘에 있는 대장장이 신이 생동감이 넘쳤다. - 임유찬(초6)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만행들을 설명해 주셨다. 실제로 장군총은 쿼터플 A급 유네스코 ‘중국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었다…오녀산성박물관 역시 촬영 불가에다 한사군의 위치가 사실과 다르고 고구려 성벽인 박작성을 만리장성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 김선재(중3)

호산장성이라는 말을 아주 대문짝만하게 박아 놨다. 동쪽 오랑캐들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지었다면서 지금은 성벽을 동쪽까지 이으려 하다니…박작성은 호산장성이 아니라 박작성일 뿐이며 지금 중국정부가 하고 있는 짓은 자신들의 역사기록도 부정하는 행위다…박작성 반대편으로 북한을 관찰할 수 있다. 가까운 동시에 멀고도 먼 북한. 통일이 돼 같이 우리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또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그런 짓거리를 막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 맹동영(중3)

아이들은 탐방을 다녀온 후 보고회를 열어 탐방과정을 영상으로 편집해 상영하기도 하고 보고서를 전시하기도 했다.

요즘은 ‘한국 속 일본 탐방 프로젝트 - 형제의 나라 일본’을 준비 중이다. 한참 정보를 찾던 한 친구가 트럼프 당선 속보를 알리자 아이들이 술렁이고 여기저기서 놀람과 풍자의 대화가 이어졌다. 중국을 만났던 동북아 탐방과 일본을 만나게 될 두 번째 탐방 사이에서 최순실의 시대, 한일관계, 트럼프의 미국 이야기로 시끄러운 하루였다.

전인학교의 탐방 프로젝트는 “모든 역사는 언제나 현대사다”라는 한 인문학자의 가르침을 새기며 오늘에 서서 어제와 내일을 바라보는 작업을 계속해 갈 것이다.

우리를 안내해주던 주따꺼 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한국 역사학자들의 답사에 협조적이지 않고 허락을 해도 바짝 따라다니며 감시한다고 한다. 그 말에 사려 깊지 못하게도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 “중국이 그렇게 역사를 왜곡하려 하는데 여기 조선족들은 반감을 갖지 않나요?” 그러자 1초도 안 걸려 들은 대답은 “남한정부도 뭐라 안 그러는데, 우리가 무슨 말을 합니까?” 아차 싶었다. 아이들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노경원 (전인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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