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건강한 치아를 오복 중 하나라고 한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 섭취과정 중 가장 첫 단계(저작)를 담당하는 치아가 이러한 영예를 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치아를 우리는 올바르게 ‘대우’해주고 있는 걸까? 혹시 하루 두세 번의 간단한 칫솔질만으로 치아관리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치아관리의 첫걸음은 먼저 치아와 그 주변의 치주조직, 구강 내 구조물 등에 대해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고, 보이는 만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법도 알게 될 테니까.

먼저 구강 내에서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구조에는 치아와 잇몸, 혀, 입천장 등이 있다. 치아를 담고 있는 이틀뼈와 치아의 신경, 아래턱뼈 안의 신경관과 위턱뼈 안의 상악동이라는 동굴 역시 입 안의 중요한 구조이기는 하지만, 육안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하고 엑스레이를 촬영해야 확인이 가능하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구조물인 치아는 유치와 영구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총 20개의 유치로 구성되는 유치열은 생후 6개월 전후 앞니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3세 정도면 완성된다. 이후 6세 무렵에는 첫 번째 큰 어금니가 영구치로서는 최초로 나오고, 앞니부터 차례로 유치가 빠지면서 영구치로의 교환이 이루어져 12세 정도에는 (사랑니를 제외하고) 총 28개의 치아로 이루어진 영구치열이 완성된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유치는 유소년기를 거치며 모두 영구치로 교환되기 때문에 유치에 충치나 기타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지 않고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유치는 단순히 음식물을 씹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잇몸 뼈와 턱뼈의 성장, 발음 등 안면부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충치가 생긴 유치를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이후 교환되는 영구치의 치질이 약해져 결과적으로 충치에 취약한 영구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나이가 되면 저절로 교체되는 유치라 하더라도 충치 등의 문제가 생긴 경우 제대로 치료해 영구치가 나올 때까지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유치가 조기에 탈락돼 버린 경우 유치가 빠진 빈 공간으로 주변 치아들이 이동해 공간이 좁아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줄어들어 삐뚤빼뚤한 치열이 되어버리거나 턱뼈의 성장까지 방해될 수 있다.

사람들이 치아 다음으로 관심을 갖는 구조는 잇몸이다. 치과에 내원하는 중장년 이상의 환자들은 흔히 ‘잇몸이 좋지 않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때 말하는 잇몸에는 입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분홍빛의 물렁한 구조뿐만이 아니라, 엑스레이로 확인할 수 있는 이틀뼈 또한 포함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풍치’라고 하는 것이 잇몸, 즉 이틀뼈와 관련된 질병으로 치아 주위의 이틀뼈가 염증으로 인해 녹아버려 치아에 충치가 없는 상태에서도 씹을 때 통증이 유발되거나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아래턱뼈 안의 신경관과 위턱뼈 안의 상악동은 아래턱 사랑니를 뽑거나 위턱에 임플란트를 심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구조로 평상시에는 특별한 관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턱 어금니쪽 충치가 심해지면 상악동에까지 염증이 전파될 수 있고, 아래턱 사랑니 충치로 인해 신경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치아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과에 내원할 일이 있다면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이틀뼈의 상태나 사랑니와 신경관과의 위치관계, 상악동의 크기 등을 확인하는 것도 자신의 현재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민정 (알프스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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