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춘천시국대회…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규모

지난 19일 ‘박근혜 퇴진’과 ‘김진태 사퇴’를 촉구하는 춘천시국대회가 거두사거리에서 주최측 추산 7천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시민들은 오후 5시부터 7시 30분까지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이후 석사동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약 1.2km의 거리를 행진했다. ‘박근혜 퇴진 춘천시민행동’이 주최한 이날 시국대회는 당초 500여명의 참여를 예상하고 준비됐으나 주최측은 물론 경찰도 예상하지 못한 인파가 몰렸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결같이 “춘천에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인 집회는 처음인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많은 시민이 몰렸지만 시민의식은 성숙했다. 행사장은 쓰레기 하나 보기 힘들 정도로 말끔하게 정리됐고, 3차선 도로 전체를 통제하고 행진을 진행했지만 그 어떤 불상사도 없었다.

이날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면면도 화제다. 퇴계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혜빈·지혜 아빠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을 준비해 나왔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으면 해서 자비로 촛불을 준비해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도 함께 촛불을 들었다. 캐나다 국적으로 1997년부터 춘천에 거주한다는 라이언 씨는 “캐나다 국적이지만 남들과 똑같이 세금 내고 한국민과 같은 의무를 다하고 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는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다른 시민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거두사거리~안디옥교회 사거리~하이마트 사거리를 경유해 석사동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행진했다. 3차로를 가득 메운 행렬은 500미터가 넘게 이어졌다. 수많은 인파가 거리행진을 했지만 반대편 차선은 차량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을 열고 휴대폰 손전등을 비추며 뜨겁게 호응했다.

오후 8시를 조금 넘은 시각.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6차선 차로를 가득 메운 채 다시 집회를 이어갔다. 학생과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현 시국과 김진태 의원의 막말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춘천여중 2학년이라고 소개한 여학생은 “저는 지금까지 피눈물을 흘려가며 공부를 하면 성공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 줄 알았다”며 “그러나 지금 현실을 보며 제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됐다”며 정유라 사건을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이 우리를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힘들다. 당장 하야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중고등학생들의 배후세력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우리의 배후세력은 5천만 국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등장한 강원대생 백단비 씨는 “박근혜 대통령도 사생활이 있고, 연약한 여자라고 하는 것에 화가 난다”면서 “대통령은 남성이나 여성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여성성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김진태 의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지적된 전국중고생혁명 대표였던 최준호 학생은 중고생연대 사무총장과 함께 나와 자유발언을 했다. 최준호 씨는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며 현 정권과 김진태 의원이 중고생혁명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근래에 들어 보기 드문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하나같이 “김진태 의원에 의해 실추된 춘천의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다음 주에는 서울 촛불집회에 집중하기로 돼 있지만, 춘천에서도 동시에 촛불집회를 열고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인 3일에는 강원도민 시국대회를 춘천 중앙로에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한층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김진태 국회의원의 막말이 춘천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춘천의 촛불민심이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춘천시국대회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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