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매운탕하면 쏘가리, 메기, 빠가사리다. 민물고기 특유의 독특한 냄새와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1년에 몇 번쯤은 매운탕 집을 찾아가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입맛도 따라 변하는지 요즘은 예전만큼 매운탕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소양강가에서 펜션을 겸해 식당을 하는 어느 어부의 전언에 의하면 손님의 십중팔구는는 매운탕보다는 닭볶음탕이나 백숙, 삼겹살을 주문한다고 한다. 그나마 매운탕을 찾는 사람들은 나이 지긋한 어른들 뿐이라고 하니, 머지않아 민물고기 매운탕도 추억의 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눈동자개

우리가 흔히 빠가사리라고 부르는 물고기의 정식 이름은 ‘동자개’다. 이 물고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가슴지느러미의 가시가 매우 크고 발달했다는 것이다. 자신 보다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게 될 상황이면 날카로운 가슴지느러미를 크게 벌려서 삼키지 못하게 하거나 천적의 입안에 상처를 입혀 뱉어 내게 만든다. 빠가사리라고 부르게 된 연유도 이 가슴지느러미와 연결된 가슴뼈 때문이다. 사람에게 잡히거나 위협을 당하게 되면 가슴뼈를 마찰시켜 제법 크게 빠각빠각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흉내 내어 빠가사리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다. 아무튼 동자개보다는 훨씬 물고기의 습성과 연결된 이름이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쉽다.

동자개 무리들은 우리나라에 모두 6종이 살고 있다.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고 사는 곳이 모두 다르다. 우리 지역에서는 동자개와 대농갱이, 그리고 눈동자개 등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대표적으로 빠가사리라고 부르는 동자개는 호수와 같이 물이 흐르지 않는 곳에 산다. 춘천 주변의 소양호나 춘천호, 의암호에도 흔히 살고 있는데 매년 많은 양의 동자개 새끼들을 방류해 어민들의 소득에 한 몫을 한다. 최근에는 주로 중하류에 사는 대농갱이도 많이 방류를 하는데 동자개 못지않게 매운탕의 감칠맛을 돋우는 데는 최고라고 한다. 우리 지방에서는 대농갱이를 흔히 그렁치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제의 인북천이나 홍천강의 중상류 여울에는 다 커야 한 뼘 남짓인 눈동자개가 있는데, 대농갱이와 크게 구분하지 않고 모두 그렁치라고 부르는 듯하다.

동자개 무리는 모두 낮보다는 밤에 활발히 움직이고 먹이를 찾는 야행성이다. 그래서 시각보다는 촉각이 훨씬 발달해 있는데, 먹이를 찾을 때는 주둥이 주변에 난 긴 수염을 주로 이용한다. 먹잇감으로 생각되는 물체에 수염을 가져다 대면 먹을 것인지 못 먹을 것인지 구분할 수가 있다. 수염에는 촉각세포들이 밀집해 있고 신경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고양이의 수염이 여러 가지 감각과 행동에 밀접하게 관여하듯이.

 

송호복 (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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