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영 강원대 총장

내년이면 개교 70주년을 앞둔 강원대학교. 지난해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D등급을 맞으며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그리고 지난 7월 28일 제11대 총장으로 김헌영 총장이 취임하면서 지역거점대학으로 자리 잡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올해 54세인 젊은 총장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취임 후 가장 시급했던 것은 재정지원제한에서 벗어나는 것. 마침내 지난 9월 5일 이 제한이 해제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지역거점대학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것은 또 지역사회에서 제 위상을 찾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상생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김헌영 총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제11대 강원대총장으로 취임 만 5개월이 지났다. 취임 초기에 여러 현안문제로 경황이 없었을 것 같다. 무엇보다 D등급 평가와 총장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학내 구성원들의 반목과 분열 등 후유증을 수습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간의 소회는?

취임하자마자 재정지원대학 해제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어 그 작업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또 학사구조혁신 등 짧은 기간 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다. 막상 총장이 되고 보니 오히려 구성원들 사이에서 ‘너무 안주했구나. 강원대가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더라. 이 공감대를 원동력으로 재정지원대학 해제, 학사구조혁신 등 중요한 과제들을 구성원의 큰 반발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구조개혁평가 하위등급의 오명을 벗고 구성원들의 손상된 자긍심을 되살릴 수 있도록 대학을 재정비하고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취임 일성으로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강원대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지역사회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 나아가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이 있는가?


지금까지 강원대가 지역에서의 역할을 소홀히 해서라기보다는 수도권 학생의 유입 비율(2016학년도 58.53%)이 절반을 넘으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역발전의 성장동력을 대학이 제공해야 한다. 특히 지역거점 국립대는 그중에서도 지역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지역혁신의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슬로건을 ‘Open Campus’로 정했다. 대학의 문을 열어 모든 정보나 지식, 아이디어가 대학으로 집적돼 유의미한 가치로 승화되는 캠퍼스가 돼야 한다.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거점대학의 존재 가치가 없는 것 아닌가? 문화적 측면에서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지난달 캠퍼스를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로 미술관 개관 기념전, 박물관 탐방, 강원대 둘레길 걷기, 도서관 책 나눔 행사, 동물농장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또 춘천시와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정례적으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성과도 있다. 시에서 대학 부지를 조금 양보하면 교통해소에 크게 도움이 된다 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고, 강원대는 유휴부지에 창업단지를 만들고 싶어 시에 주변 부지 정리를 요청했다.

지역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특성화와 차별화로 강원대만의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밝히신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거점대학으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건마련과 환경조성이 필요할 텐데. 이를 위한 대안은?


강원대는 전국에서도 월등히 높은 비율로 수시모집 ‘지역인재 전형’을 통해 지역의 인재들을 선발하고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강원지역 고교 졸업자가 일정 수준의 수능성적을 취득하고 강원대에 합격하면 입학금을 포함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우수 지역인재 장학금’도 전국에서 최초로 신설했다. 입학 후에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계속 지원받을 수 있다. 대학원 과정에서는 ‘아이디어 랩’ 사업이라는 것을 추진 중에 있다.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고비용의 연구시설, 연구 인력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 소위 핵심·원천 기술 내지는 선행·애로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석·박사 대학원 과정에서 ‘Idea Lab’ 참여학생인 대학원 산학장학생을 선발하고, 이들은 매칭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내지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게 된다. 매칭기업별로 배정한 전용 연구공간에서 수행한 연구개발이나 프로젝트 수행 실적, 특허·논문 등을 평가받아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자연스럽게 매칭기업에 취업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오 관련 회사가 밀집돼 있는 ‘거두농공단지’ 입주 기업 등과도 협약을 체결해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유휴부지에 아이디어를 모아 창업으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 창업공간인 ‘컨테이너 아이디어 파크’ 조성도 추진 중에 있다. 입시제도부터 지역에 문을 열고, 학기 중이나 졸업 후 취업 또는 창업까지 지역에서 해결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구조개혁안을 내놨다. 모집단위를 줄이고 내년부터 3년 동안 12.7% (570명)의 정원을 감축한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특히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데, 인문대를 하나의 모집단위로 통폐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순서가 바뀌었다. 핵심은 ‘정원감축’이 아니라 ‘학사구조의 유연화’다.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학사구조를 갖춰 학과의 벽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강원대는 모집단위가 130개 정도로 거점국립대 평균인 80~90개보다 훨씬 많은 수치였다. 각종 평가를 받을 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그래서 2018년도부터 3년간 약 12.7%(약 570명)의 정원을 감축하기로 구성원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경쟁력이 없다고 강제로 폐과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구성원들에게 오픈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립대의 중요한 책무 중에 하나가 인문학 등 ‘기초학문 보호’라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학과의 유지·존속이 학문보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문대의 경우도 ‘자유전공제’를 통해 학생의 학습선택권을 확장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본다.


내년 2017년이 개교 70주년이다. ‘강대만세 70’릴레이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기부를 했다고 들었다. 이번 기부의 목적과 현재 기부상황은?


‘강대만세’란 ‘강원대에 만원 이상을 기부하면 세상을 바꿀 강대인을 키운다’라는 뜻으로, 거액이 아니어도 누구나 학교사랑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부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모금된 기금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과 더불어 강원대가 개교 70주년을 넘어 100년을 준비해 ‘통일한국의 중심대학’으로 가는 초석으로 삼고자 학내에서 가장 오래된(1969년) 상징물인 ‘각의 종’ 재건립, 시민들에게 건강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건강 숲’ 조성에 사용된다. 물론 이외에도 기부자가 사용 목적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다. 교직원이 급여에서 만원 미만의 끝전을 기부하는 ‘엣지기금’ 모금도 하고 있다. 기부자들이 자신의 기부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릴레이’ 형태로 진행하게 됐다. 12월 1일까지 약 한 달여 간 134명(단체)이 참여해 1억9천1백만원 가량을 모금했다. 내년 개교 70주년이 되면 더 많은 분이 참여해 주실 거라 기대하고 있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서 1993년에 강원대에 부임했다. 춘천시민으로서 23년을 살았는데, 시민으로서 바라는 춘천의 상(象)이 있는지? 또 이제 갓 첫돌을 맞이한 지역신문 《춘천사람들》에 대해서도 격려의 말씀을 부탁한다.


춘천, 참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문화·관광분야가 더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산업기반이 약해 구성원들이 행정·교육에 편중된 도시다. 청정지역이라고 해서 개발이 되면 안 되고 관광·문화의 도시가 돼야 한다 해서 그런 방향으로만 치우치고 있는 경향도 있는데, 산업이 어느 한 쪽으로만 편중되면 안 된다.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조정역할을 포함해서 지역발전 동력의 구심체가 대학이 돼야 한다. 강원대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쉽지 않았을 텐데 ‘시민과의 소통의 장 마련’, ‘지역발전의 대안 제시’라는 대의를 가지고 《춘천사람들》을 창간한 뜻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발전하고 번창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학은 대학대로, 《춘천사람들》은 풀뿌리언론으로서 더 나은 춘천을 위해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나가자.


춘천에서 강원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춘천캠퍼스만 따지더라도 교수를 비롯해 교직원이 2천300여명에 이르고 학생수도 1만6천여명이다. 교직원의 가족까지 감안한다면 춘천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숫자다. 강원대가 잘 되는 것이 춘천이 잘 되는 것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살아오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더니 김헌영 총장은 ‘선비정신’이라고 답했다. 나라나 사회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개인을 돌보지 않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공후사(先公後私)’다. 양반지역 출신답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일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유종지미(有終之美)’다. 강원대가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거점대학으로 우뚝 서고, 나아가 춘천의 지역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흥우 시민기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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