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혁명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박근혜 퇴진’을 위해 싸우지만 목표는 ‘민주사회 건설’이다. 이 싸움에서 우리가 추켜든 무기는 ‘민주’와 ‘평화’와 ‘대중적 공감’이다. 일찍이 이런 혁명은 동서고금에 없었다.

이 싸움에서 우리의 주력은 광장의 시민들이다. 특별한 조직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이다. 이 싸움을 형식적으로 이끄는 건 ‘국민행동’이지만, ‘국민행동’이 시민들의 투쟁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건 아니다.

시민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수평적 관계에서 목표를 공유한다. 사이버 세상에 머무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직접 행동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스로 공감하고 실천하는 힘이다. 지금 당장 시민혁명을 이끄는 주동력은 ‘공감’을 연결고리로 삼아 수평적으로 연대한 대중이다.

박근혜를 정점으로 결집한 사이비 보수진영은 이미 박살났다. 그 출발점은 4.13 총선에서 대중이 보여준 분노다. 사이비 보수진영은 이미 자중지란에 빠졌다. 보수족벌언론과 비박, 급기야 친박까지 시민이 역사의 현장에서 강력하게 일어선 힘을, 거대한 시대정신을, 정의와 민주와 인권에 대한 외침을 노골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 이들의 의도는 대체로 노태우의 6.29선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체제가 몰락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신체제에서도 공간을 확보해 역사가 발전하는 걸 최대한 늦추겠다는 셈법이다. 하지만 현 국면을 주도하는 건 투쟁하는 시민이고, 저들은 이리저리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살아남으려고 좌고우면하는 비박이 저들 모두의 초상이다.

권력이 불법폭력을 행사할 때 민중이 거기에 맞서 싸우는 폭력은 정의다. 헌법보다 높은 절대가치는 국민의 공의다. 그래서 6월항쟁 때 군사독재의 물리적 폭압에 맞서 쇠파이프나 화염병으로 대항한 건 그 자체로 정의다. 당시 지배권력은 경찰력을 동원해 무자비한 폭력으로 짓밟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이 폭력으로 저항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현 권력은 민중을 폭력으로 짓밟을 수 없다. 계속 후퇴하는 경찰 저지선이 그 반증이다. 절대다수가 소통과 공감으로 강력하게 무장한 위엄 앞에 저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금 시민들이 폭력을 회피하는 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어서다.

지금 일어선 시민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한다. 청와대로 쳐들어가지 않고도 박근혜를 끌어내릴 수 있고, 새누리당 당사를 부수지 않고도 새누리당을 해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공유한다. 지금 시민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날마다 더 높은 곳으로 전진한다. 저들이 아무리 간계를 부리더라도 도도하고 장엄하게 흐르는 역사를 되돌릴 순 없다. 구체제가 무너지면 신체제는 시민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도달한 바로 그 높이에 새롭게 들어설 것이다.

최진수 (화천 오음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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