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요즘 아침밥을 먹고 오지 않는 아이들, 학원으로 돌다가 편의점에서 밥을 때우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에 있는 어른들이라고 형편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삼시 세 끼 중 그나마 영양의 균형을 맞추어 잘 지은 밥이 학교급식이다. 맛난 밥을 먹는 점심시간, 식당은 활기로 넘친다. 이 소중한 일을 하는 조리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오후에 휴게실로 갔다. 바닥이 따끈따끈하니 좋다.

식재료 다듬기, 조리, 배식, 정리정돈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노동. 식판, 밥통, 조리기구, 국통, 반찬통이 모두 스테인리스 제품들이라 무겁다. 세심하게 해야 하는 설거지는 일상적인 근골격계 질환을 불러올 만큼 강한 노동이다. 게다가 늘 습기가 많은 조리실과 조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소음은 피부질환과 소음성 난청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학교 밥을 먹는 우리들, 또는 학부모들이 학교급식의 질을 논하는 것도 좋지만 조리 노동자들의 노동여건을 먼저 들여다보면 좋겠다.

“아침 7시 40분에 출근해서 작업복 입고, 위생모 쓰고, 장화 신고, 긴 앞치마를 두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일이 한 사람 한 사람 팀워크가 중요하기에 나 하나 빠지면 참 힘들어져요. 애들 얼굴이 떠올라 몸이 아파도 응급실 가기 전에는 병원에 못가는 형편입니다.”

“우리 학교는 학교 행사 때마다 안내해주고, 우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 일 마치는 시간에 워크숍을 진행해 놀랐습니다. 처음으로 학교 졸업앨범에 단체사진도 찍어 싣고, 개인 프로필 사진도 올리게 돼 기쁩니다. 조리사들은 살짝 투명인간처럼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우리도 학교 구성원으로서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음식 받을 때 ‘선생님, 또는 조리사 선생님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해주면 힘이 나지요. 단순히 밥만 짓는 사람은 아니지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말하는 것이 돌봄이라고 봐요. 또 아침밥 안 먹고 왔다는 아이들 한 번 더 돌아본답니다. 이런 것도 교육이라고 보는 거지요.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함께 하는 구성원으로 인식되었으면 합니다.”

조리 노동자들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아주 작은 연대를 요구하신다. 조리 종사원, 이모, 어머니도 아닌, 아이들 눈높이에서 직종에 맞는 호칭을 불러 주기를 바라신다. 모두가 함께 생각해볼 일이다.

“11월 20일에 학교비정규직 선생님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전국적으로 총파업을 합니다. 우리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께서도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파업에 참여 하십니다. 급식실, 교무실, 도서관, 돌봄교실 등 우리 아이들을 위해 늘 애써 주시는 분들의 빈자리를 느끼게 될 텐데요.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교직원과 교직원 간에 차별이나 편견 없이 누구나 소중한 존재로 권리를 누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고 차별하는 사회지만 ‘사람’의 권리는 절대로 가를 수도, 다를 수도 없다는 것이라는 걸 아이들이 배우고 느꼈으면 합니다.”(2014년 11월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앞두고 강릉 포남초등학교에서 보낸 주간학습 예고를 위한 가정통신문 내용의 일부)

2년 전 강릉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리노동자들이 노동여건 개선을 위해 파업할 때 보내준 가정통신문. 학생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심어주는 이 한 장의 가정통신문이 담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연대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한다.

 

박정아 (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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