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현대 도시에서 가장 효율적인 교통수단의 하나다. 개인용 자동차가 일상화된 요즈음, 버스의 효용성은 퇴보한 듯 보이지만, 선진국에서는 다시 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용 자동차의 편리함은 말할 것이 없지만, 함께 사는 도시 공간에서 개인용 자동차는 한정된 공간을 효과적으로 나눠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많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버스(bus)는 원래 승합마차인 옴니버스(omnibus)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우리나라에서 버스가 사용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부터라고 한다. 대구에 사는 한 일본인이 대구, 포항, 경주를 연결하는 부정기 노선을 운영하면서 버스가 대중교통의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버스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된 것은 서울에서 산업화가 진행되고, 서울의 외연이 확장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곳곳에 기업과 공장이 들어서자, 근로자는 자연스럽게 직장과 거주지가 멀어지게 됐다. 이러한 직주분리 공간에서 버스는 이 두 공간을 효과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수단이 됐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시대에는 만원 버스를 넘어서 콩나물 버스가 일상적이었다. 이제는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서울이 거대도시가 되어갈수록 주변의 수도권 도시들에서는 여전히 혼잡한 만원버스가 도로를 달릴 수밖에 없다. 지역의 균형성장이 왜 필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기반시설이 개선되면서 버스 의존도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반 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역시 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정책에서도 버스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고, 이용의 편리성과 이용 안전성을 높이고, 이용률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버스 전용차로제를 시행해 통행에 우선권을 주고 운행의 원활성을 확보해 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춘천의 경우 버스는 친숙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일까? 아마도 그렇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듣기가 어렵다고 본다. 언제 올지 알 수 없어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기억들이 있다. 때로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걸어갔더라면 이미 목적지에 도달했을 법한 경우도 경험했다. 그러한 경험 이후에 버스는 이용할 수 없는 교통매체라 인식하게 됐다.

요즈음에는 그나마 스마트폰 앱으로 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 무작정 기다리던 것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이 많고, 여전히 춘천의 버스 교통은 불편하다. 버스노선과 배차간격이 이 불편의 주범이다. 배차간격이 짧으면, 이용자는 늘어나게 돼있다. 배차간격을 줄이자.

버스노선은 어떤가? 버스노선은 한없이 구불구불 늘어져 있다. 환승체계가 돼 있는 요즈음에도 버스노선은 여전하다. 버스노선을 다양화하자. 남춘천역에 내리면 강원대까지 도보로 30분이 걸린다고 안내돼 있다. 30분은 정문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강원대에 가는 사람은 강원대 정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또 얼마를 걸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남춘천-강원대 정문 간에는 활성화된 버스노선조차 없다. 대학과 전철역간은 항시 이용자가 있고, 이용자가 가장 많은 구간 가운데 하나인데, 어찌된 일인지 춘천에는 그러한 버스노선이 없다.

정책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사람들은 모두 개인 자동차만 타고 다녀서인지 이러한 교통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30만 도시를 목표로 한다면 대중교통체계의 개선과 지향점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가 도시의 매력점이다. 낭만의 도시 춘천에서, 편리하게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소소하게 둘러 볼 재미를 줄 수 있게 하자.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숲과문화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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