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은 연말이지만 다른 해처럼 화려한 크리스마스 불빛이나 캐럴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춘천시민들의 수많은 촛불과 구호만 들려오는 12월 둘째 주 주말.

눈발이 날리는 금요일 저녁, ‘나배우’ 회원들이 송년모임을 위해 강원대 후문 먹자골목에 있는 장할매국밥집에 ​모였다. ‘나배우’는 연극을 좋아하는 춘천시민들이 지난해 창단해 열정 하나로 세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 아마추어 시민배우극단. 무대에서 구슬땀 흘리며 호흡을 맞춰왔던 멤버들이 모여 ‘호호’ 불며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잔으로 정을 함께 나누니 세상 부러운 게 없다.

식탁 위에서도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 국밥. 뽀얀 국물의 사골수육국밥 한 그릇은 움츠렸던 가슴과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대학가 음식점의 공통점은 맛, 가격, 양의 3요소가 기본인데, 여기에 부모의 마음과 정성을 더한 것이 장할매국밥이다.

​주 고객은 식욕이 왕성한 청춘의 대학생들.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점심때가 돼서야 구내식당이나 인근 식당을 찾기 일쑤다.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양으로만 채우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국밥집 대표의 경영방침이다. 장할매국밥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녀가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늘 걱정이었기에 식당 주인에 앞서 부모의 정성으로 국밥을 끓인다고 한다.

장할매국밥의 대표 메뉴는 깊게 우린 사골수육국밥이다. 뽀얀 국물에 듬뿍 담긴 고기와 순대, 거기에 밥 한 공기 덜어 뚝딱 먹고 나면 뱃속까지 든든하다. 국밥은 양도 푸짐한데다 영양까지 더했다. 청년들의 왕성한 식욕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의 무뚝뚝함에 깃든 후덕함은 고향 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 국밥집엔 대학생 외에도 강원대 교직원과 인근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장할매국밥 안성진(52) 대표는 어렸을 적 몸이 허할 때마다 사골을 진하게 우려 주시던 어머니의 손맛을 고집하며 주방을 지킨다.

대학가의 단점은 방학이 되면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점. 곧 겨울방학이다. 추운 겨울 뜨끈한 사골국밥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를 바란다.

​메뉴는 사골수육국밥, 사골순댓국, 순두부순대국, 도기니탕, 감자탕. 해장국 등. 대학생뿐만 아니라 인근주민들도 즐겨 찾는 단골이 많은데, 이유는 한 번 먹어본 이들이 다시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원대 후문 먹자골목 장할매국밥
춘천시 효자동 632-9
033-255-1979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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