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말썽꾸러기들을 상대하다 보면 그들만이 지닌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무심결에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는 점과 그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이나 기관, 국가도 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공자가 그의 수제자 안회에 대해 ‘不遷怒 不貳過(불천노 불이과)’라고 평한 적이 있다. ‘분노를 타인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범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천노와 불이과’가 그만큼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라고 본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메르스 사태, 그리고 이번의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이들 사태로 인해 치렀고, 치러야 할 인적, 물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도 배운 교훈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제2, 제3의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때마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꼴불견 행태나 구경하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시끌벅적한 사후약방문 식의 말들을 들으면서 길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어야만 하는가? 아무런 예방책 마련도 없이 무한반복 행동을 해야 하는가.

2011년 일본 대지진 때 허둥대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우리는 코웃음 쳤다.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매뉴얼이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맥을 쓰지 못한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후 매뉴얼을 더욱 철저하게 가다듬어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앞서서 애쓰고 있지 않은가. 일본 쓰나미 3년 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났다. 그때 선장이나 해경, 컨트롤 타워가 매뉴얼대로만 행동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까운 생명들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순실이라는 일개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하면서 온갖 이권에 개입했으며, 이로 인해 나라 전체가 혼란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마땅히 엄중한 문책과 비판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에도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인사에 문제가 있다면 인재를 추천하고 인물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은 물론, 뽑아만 놓으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업무를 감시하고 독려하는 제도도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또한 그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도에 있다고 한다면, 차제에 과감하게 개헌을 시도해봄직도 하다.

대통령의 하야와 구속만으로 국민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줄 수는 없다. 진상규명과 관련자 모두의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기사가 보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31세에 요절한 안회의 ‘不遷怒 不貳過’의 경지가 이순의 나이를 넘긴 나에게는 요원하기만 하다. ‘不怒 不過’가 오히려 더 쉽고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화도 내지 않고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병대 (퇴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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