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입 안의 구조물에 대해 소개하며 치아관리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복잡해 보이는 입 안 구조의 이해는 구강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에 불과하다. 우리 입 안의 구조물들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변하지 않는 플라스틱 모형이 아니다. 그것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뀜에 따라 변하는 풍경처럼 연령대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이므로 우리도 이에 대비해 각 생애주기에 따른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생애주기의 첫 단계인 유아기와 소아기의 치아관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유아기와 소아기에는 저작(咀嚼)을 담당하는 치아(유치)가 맹출하는 ‘굉장한 사건’이 발생한다. 유치는 생후 6개월 전후에 앞니부터 나오기 시작해 3세 무렵 모두 20개가 맹출해 유치열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유치가 나올 때 간혹 맹출낭(Eruption cyst)이라는 것이 생기기도 한다. 말랑말랑하고 둥그런 모양의 맹출낭은 투명하기도 하지만 파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으로 아이 입 안에 물혹처럼 커다랗게 생겨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하지만 맹출낭은 그 이름처럼 유치나 영구치가 맹출할 때 일시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치아는 맹출 전 얇은 막에 둘러싸여 이틀뼈 안에 존재하고 치아가 맹출하면서 치아를 둘러싼 얇은 막이 자연스럽게 터지게 되는데, 이 때 이 얇은 막이 터지지 않고 잔존하게 되면 맹출낭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맹출낭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지므로 다른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드물게 치아의 맹출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치아를 덮고 있는 잇몸을 조금 잘라내기도 한다.

유아기와 소아기에 주의해야 하는 질환으로는 ‘우유병 충치(우유병 우식증)’가 있다. 보통 아이가 보채거나 칭얼대면 우유나 요구르트 등 아이가 좋아하는 음료를 젖병에 담아 먹이면서 재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가 젖병을 물고 자는 습관이 있는 경우, 앞니 전반에 걸쳐 한꺼번에 여러 개의 심한 충치가 발생하게 되는 우유병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 우유병 충치는 모유수유를 하거나 이유식을 입 안에 오래 물고 있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일반 음식물은 씹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정작용을 하지만, 우유나 요구르트, 유동식 등의 이유식은 이런 자정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당 성분이 치아에 오래 남아있게 돼 충치를 더 잘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당분이 함유된 음료를 젖병에 담아 누워있는 아이에게 먹여 재우면 음료가 목구멍으로 흘러 넘어가는 길에 위치한 앞니의 대부분이 썩게 되는 것이다.

우유병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은 우선 젖병을 물린 채 재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 우유나 요구르트 등 당분이 함유된 음료를 먹고 나서는 물로 입을 헹구게 하거나, 거즈나 손수건을 물에 적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치아 앞면을 닦아주는 것도 좋은 예방책이다. 아이가 젖병 없이는 잠들지 못한다면 음료가 아닌 물을 담아 먹이는 편이 낫고, 돌이 지난 이후에는 가급적 젖병보다는 컵을 사용하게 한다. 치아가 나온 경우에는 거즈나 손수건, 손가락에 끼워서 사용하는 실리콘 칫솔 등으로 반드시 잇몸과 치아를 닦아주어야 한다.

김민정 (알프스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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