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소양정, 18세기 모습과 달라

역사는 왜곡 없이 사실을 기록했을 때 인정받는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기술하면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바뀔 수밖에 없다. 역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이 사료비판을 통해 사실여부를 검증하기 때문이다. ‘왜곡(歪曲)’이라는 치부를 드러내기 전에 사실의 기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도 마찬가지고, 춘천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오류를 잘못 기록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왜곡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춘천에 있는 문화재 중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건축물인 강원도문화재 자료 제1호 소양정을 살펴보자.

1750년대 무렵의 소양정 그림(위 왼쪽)과 1935년 소양정 사진(위 오른쪽). 1915년 소양정 사진(아래 왼쪽)과 현재의 소양정 사진(아래 오른쪽)

먼저 정(亭)과 루(樓)를 살펴보자. 정과 루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정은 머무르는 장소를 말하고, 루는 다락이나 망루, 겹침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소양정이 문헌에 등장하는 시기는 삼국시대까지 올라간다. 분명 삼국시대부터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고려시대부터는 있었을 것이다. 고려의 춘천 치소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지금의 캠프페이지 일대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양정도 당시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선이 건국되면서 수많은 고려시대 문헌이 사라져 이전의 문헌에서는 찾기 어렵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봉의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소양정은 삼국시대에 세운 것으로, 처음에는 이요루(二樂樓)라고 부르던 것을 조선 순종 때 부사 윤왕국이 소양정이라 고쳐 불렀다. 원래는 지금보다 아래쪽인 소양강 남안에 있었다. 조선 선조 38년(1605) 홍수로 없어진 것을 광해군 2년(1610) 부사 윤희담이 다시 짓고, 인조 25년(1647)에는 부사 엄황이 고쳐 짓는 등 여러 차례 고쳐지었으며, 지금 있는 건물은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66년 다시 지은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소양정의 모습과 관련해서 남아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지금과 다르다. 조선 후기 문인화가로 이름을 떨친 김윤겸(金允謙 1711-1775년)이 활동할 당시의 그림을 보면 소양정은 지금처럼 루의 형태가 아니라 정의 형태다. 1915년 일제가 시정 5주년 기념으로 발행한 엽서의 소양정 사진도 1700년대 그림과 일치한다. 1935년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지금 복원된 소양정은 옛 그림이나 사진과는 다른 모습이다. 왜 이런 모습이 됐을까? 1966년 현 위치에 복원될 당시 이런 모습이 됐음은 물론이다. 소양정은 역사를 사실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소양정의 옛 이름이 이요루였다는 기록 때문에 그렇게 복원했다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170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소양정은 단층 정자였다는 사실이다. 웅장하게 보이기 위해 루의 형태로 복원했다면 역사를 마음대로 해석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국정 교과서 문제로 논란이 많은 지금,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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